[AI프리즘] 네이버, AI 토큰 공장 승부수…기회와 종속의 갈림길

입력 2026-07-28 06:33  

[AI프리즘] 네이버, AI 토큰 공장 승부수…기회와 종속의 갈림길
엔비디아·브룩필드와 100억달러 AI 팩토리 동맹
글로벌 AI 인프라 도전…기술 내재화가 최대 과제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인공지능(AI) 팩토리 구축을 위한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동맹은 단순한 전략적 투자 유치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네이버가 내수 중심의 이용자 플랫폼 사업자에서 벗어나 AI 연산 결과물인 '토큰'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자'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는 AI 시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승부수인 동시에 그 출발점이 엔비디아 생태계에 기반하는 만큼 성장 기회와 기술 종속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 100억달러 동맹…AI 팩토리 구축 본격화
이번 협력의 일차적 핵심은 대규모 자금 유입과 재무적 투자 관계 구축이다.
엔비디아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0억달러(약 1조4천809억원)를 투자해 네이버 지분 4.5%(보통주 724만1천564주)를 취득하며 3대 주주에 오른다.
1조달러 이상 자본을 운용하는 글로벌 대체투자사 브룩필드는 독점 우선협상대상자로서 90억달러 규모의 GPU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한 사전 계약을 체결했다.
네이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22년 만이자 2008년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처음이며, 엔비디아 역시 고객사 지분을 직접 취득한 사례 역시 극히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협력의 본질은 지분 투자보다도 '기가와트(GW)급 초대형 AI 팩토리'를 공동 구축하는 데 있다. 지난 6월 체결한 전략적 협약을 자본 협력으로까지 확대하며 양사의 이해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묶은 것이다.
네이버는 이를 기점으로 세종시의 기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AI 팩토리'로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내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 규모를 우선 가동하고, 2028년 200MW를 거쳐 최종적으로 1GW급으로 증설한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플랫폼인 '베라 루빈'과 블랙웰 GPU가 투입되고,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표준 설계인 'DSX 아키텍처'도 적용된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을 통해 AI 팩토리 운영의 핵심 자원인 GPU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 단순히 물량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GPU 공급난 속에서도 최신 AI 컴퓨팅 자원을 지속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공급망과 협력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표준 설계인 'DSX 아키텍처'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설계·운영 체계도 빠르게 흡수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자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기술을 기반으로 인프라를 구축·운영해 왔다면, 앞으로는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운영 노하우까지 내재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글로벌 AI 생태계와 브룩필드의 투자·개발 네트워크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해외 AI 팩토리 수주와 시장 확대에도 한층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실제 네이버는 내년부터 AI 팩토리 사업에서 실질적인 매출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한 상태다.

◇ 토큰 만드는 AI 공장…네이버의 새 성장 전략
네이버의 AI 팩토리 전환은 글로벌 AI 산업의 가치사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AI 팩토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한 개념으로, GPU 등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AI 모델을 구동하고 토큰을 대량 생산해 기업과 기관에 제공하는 AI 생산 인프라를 의미한다.
토큰은 챗GPT 같은 AI 서비스가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을 만들어낼 때 소비하는 최소한의 연산 단위로, AI 서비스의 실질적 원료에 해당한다. 사용자가 AI를 쓸 때마다 수백~수천 개씩 소비되는 구조다.
데이터센터가 컴퓨팅 서버 공간과 전력·냉각 등 물리적 환경을 빌려주는 인프라라면, AI 팩토리는 제조 공장에서 부품을 찍어내듯 AI 토큰을 생산해내는 '지능 제조 공장'에 가깝다.
AI 서비스 이용량이 늘수록 토큰 수요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AI 팩토리의 매출도 이에 비례해 확대된다. 결국 얼마나 많은 토큰을 안정적이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가 AI 시대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네이버는 데이터센터와 GPU 클러스터, AI 플랫폼,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AI 서비스까지 AI 풀스택을 직접 운영하는 경험과 역량을 갖춘 만큼, AI 팩토리는 이를 강점으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
네이버는 AI 팩토리를 통해 전 세계 소버린 AI 시장 수요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각국 정부·기업이 자국 데이터를 미국 빅테크 서버에 올리기를 꺼리면서 신뢰할 수 있는 역외 파트너를 찾는 수요로,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중동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엔비디아 생태계 의존…기술 내재화가 과제
다만 이번 전략에는 구조적인 딜레마도 존재한다.
AI 팩토리를 구축하려면 최신 GPU와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설계 기술까지 모두 필요하다. 현재 이들 핵심 요소는 사실상 엔비디아가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해 제공하고 있다.
결국 AI 팩토리를 엔비디아 플랫폼 위에 구축할수록 GPU뿐 아니라 쿠다(CUDA) 기반 소프트웨어, 네트워킹, 운영 플랫폼까지 엔비디아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AI 인프라를 확장할수록 특정 공급자의 기술 체계에 더욱 깊이 편입되는 구조인 셈이다.
더욱이 네이버가 공략하는 소버린 AI 시장은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등장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도 존재한다. 데이터 주권은 확보할 수 있지만, 인프라 기술 측면에서는 다시 엔비디아 생태계에 의존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현재로서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규모 AI 팩토리를 구축하면서 엔비디아 GPU와 생태계를 이용하지 않는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팩토리 사업의 핵심은 GPU 수급과 막대한 장비 조달 비용인데, 엔비디아와 브룩필드 협력을 통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베라 루빈 역시 플랫폼 출시와 동시에 상용 운영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비디아도 지분 투자를 통해 네이버의 성장을 함께 책임지는 이해관계자가 됐다"며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기술 표준과 네이버의 AI 풀스택 역량, 브룩필드의 투자 역량이 결합된 강력한 협력 구조"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중요한 것은 현재의 종속 구조 자체보다 장기적인 출구 전략 마련에 있다고 보고 있다.
AI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AI 팩토리의 대표 성공 사례를 확보하는 동시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자금이 결국 GPU 구매로 이어져 자사 생태계 안에서 다시 순환하는 구조인 셈"이라면서도 "네이버가 장기적으로 엔비디아 기술을 얼마나 자체 역량으로 흡수하고 내재화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kwonh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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