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각생'의 대반전…CEO 교체 한달 앞두고 다시 왕좌에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권영전 특파원 = 애플이 지난해 4월 이후 내줬던 세계 시가총액 1위 지위를 15개월 만에 되찾았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증권시장에 따르면 나스닥에 상장된 애플의 주가는 전날보다 1.17% 오른 336.91달러로 정규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애플 시가총액은 4조9천480억 달러(약 7천260조원)로 상승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탈환하게 됐다.
반면 지난해 6월부터 줄곧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날 약 5% 하락해 196.51달러로 장을 끝마쳤으며, 시가총액은 4조7천560억 달러가 됐다.
애플은 지난 17일에도 장 중 한때 엔비디아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으나, 이후 다시 전세가 뒤바뀌며 당일 마감 시점에는 엔비디아가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날은 장 초반부터 애플 주가는 꾸준히 오르고, 엔비디아는 내림세를 지속하면서 두 회사의 주가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해방의 날' 상호관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이라는 우려와 AI 도입이 느리다는 지적이 집중되면서 1위 자리를 오픈AI를 등에 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줬다.
곧이어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MS는 약 두 달 만에 다시 엔비디아에 왕좌를 빼앗겼다.
이후 엔비디아는 파죽지세로 몸집을 불려 지난해 7월 시가총액 4조 달러 고지를 밟았고, 10월에는 사상 첫 5조 달러도 넘어섰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올해 5월 14일 역대 최고치인 5조7천억 달러까지 불어났으나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거대 기술기업 중에 AI 전환이 가장 늦어 'AI 지각생'이라는 오명으로 불렸던 애플이 이처럼 그간의 평가를 뒤집고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은 것은 AI 자본지출(CapEx)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알파벳(구글 모회사)·MS·아마존·메타 등 AI 주력 기업의 자본지출은 올해에만 7천240억 달러에 달하고, 내년에는 더 늘어나 9천5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은 앞다퉈 채권을 발행하고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이렇게 마련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을지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애플은 그간 AI 투자에 큰돈을 쏟아붓지 않아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데다, 운영체제 베타 버전에 포함된 음성비서 '시리'도 호평을 받고 있다.
제이 우즈 프리덤캐피털마켓츠 수석 시장전략가는 야후파이낸스에 "애플은 한때 AI에 더 많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 덕분에 자본 지출과 관련한 함정 몇 가지를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니얼 뉴먼 퓨처럼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은 AI 관련 주식은 변동성이 크다고 보고 애플은 마치 지수를 보유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한다"며 "애플은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설명했다.
이번 순위 교체는 애플의 CEO 교체를 약 1달 앞둔 상황에서 이뤄졌다.
팀 쿡 CEO는 오는 9월 CEO 자리에서 물러나 집행의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간 하드웨어 부문을 이끌어온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SVP)이 애플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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