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돋보기] AI 게임의 법칙 바뀌었다…이젠 '동맹'의 시대

입력 2026-08-01 06:33  

[AI돋보기] AI 게임의 법칙 바뀌었다…이젠 '동맹'의 시대
국가·빅테크·산업계 잇는 초대형 AI 연합 가속
한국, HBM 핵심축 부상…전력망·플랫폼 주권은 과제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오픈AI, 구글 등 개별 기업의 거대언어모델(LLM) 성능 경쟁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클라우드 등 AI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초대형 연합 전선 참여가 더 중요해졌다.
막대한 자본과 전력,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한 AI 산업에서 단일 기업이 반도체 설계부터 데이터센터 운영, 서비스 확산까지 모두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AI 동맹'은 국가 간 외교 및 안보 개념을 넘어 반도체, 클라우드, 자본, 산업별 기업이 공동 투자와 장기 공급망, 기술 협력으로 묶이는 산업 생태계를 의미한다.

◇ 독주 불가능…생존 좌우하는 합종연횡
불과 1∼2년 전만 해도 AI 시장의 최대 화두는 챗GPT, 제미나이 등 LLM의 벤치마크 점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추론 능력과 비용 효율성을 뒷받침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그리고 막대한 에너지를 감당할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졌다.
AI 서비스가 최종 소비자에게 닿으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가속기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첨단 파운드리 역량이 필요하며 데이터센터, 고속 네트워크, 액체 냉각 설비까지 필수적이다.
AI 인프라 경쟁이 반도체를 넘어 네트워크 장비와 전력기기 산업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거대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엔비디아조차 이 모든 과정을 혼자서 감당할 순 없어 AI 동맹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AI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AI는 혼자 잘한다고 이길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반도체와 컴퓨팅, 전력,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동맹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샌프란시스코서 확인된 새 공식…경계 허문 초대형 연합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계기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달아 발표된 한미 기업 간 협력은 글로벌 경쟁 구도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제품 공급이나 양해각서(MOU) 수준을 넘어 반도체, 데이터센터, 자본, 산업별 플랫폼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추세가 드러난 무대였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삼성과 브로드컴이 5년간 2천억 달러(약 285조원) 규모의 메모리 공급·AI칩 파운드리 협력을 하기로 한 것은 단순 납품이 아니라 설계부터 생산까지 묶는 대표적인 동맹 사례였다.
SK그룹과 엔비디아는 SK텔레콤의 최대 2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와 SK하이닉스[000660]의 차세대 HBM 장기 공급 등 5천억 달러(약 713조원) 규모의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며 GPU와 HBM, 통신망 운영 역량을 거대한 단일 인프라 사업으로 묶었다.

현대차[005380]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들은 블랙웰 GPU 5만개 규모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량용 AI, 자율주행, 공장 자동화, 로보틱스를 통합하는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물리적 인프라와 거대 자본의 융합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와 엔비디아,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브룩필드는 세종 데이터센터를 장기적으로 1GW 규모까지 확장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삼성SDS가 앤트로픽과 손잡고 클로드 기반 기업용 AI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7월 27일 세계 주요 빅테크, 사이버 보안 기업, 연구기관들과 손잡고 AI 안전과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오픈 시큐어 AI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이 연합체에는 MS, IBM, 팔란티어, 스페이스X 등 약 40곳이 이름을 올렸으며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SK텔레콤[017670]이 창립 회원사로 합류했다.

◇ 한국, 공급망 핵심이지만…전력망·인프라 병목 '발목'
글로벌 AI가 합종연횡하는 가운데 한국은 HBM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제조력과 강력한 제조업 기반, 고도화된 통신망으로 핵심 파트너 반열에 올랐다. 단순히 반도체를 납품하는 수준이 아니라 방대한 제조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업별 AI 서비스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강점은 HBM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HBM 생산에 필수적인 TC본더 등 핵심 장비에서도 국내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AI 공급망 상단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송전망과 변전소, 부지와 인허가 문제가 제때 풀리지 않으면 이런 경쟁력도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는 현 데이터센터 대비 전력을 6배 더 소비하고 2029년까지 신규 요청된 데이터센터 전력 용량만 4만9천397MW에 달한다.
아울러 글로벌 AI 연합에 독자적인 기술을 제공하려면 수만 개의 가속기를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클러스터 운영 기술과 이를 다룰 고급 인재도 필요하다.

◇ 거세지는 빅테크 플랫폼 종속…데이터 주권 확보 시급
솔직히 AI 동맹에 들어간다고 해서 한국이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엔비디아의 특정 GPU나 빅테크의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가격 결정권과 기술 개발 방향을 통제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에는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앤트로픽의 최상위 AI 모델인 '클로드 페이블5'와 '미토스5'에 수출통제를 적용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해외 이용자들의 접근이 일시 중단됐다. 이는 동맹국 기업이라도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최첨단 AI 모델과 컴퓨팅 자원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미중 패권 전쟁 등 국가 간 지정학적 갈등도 변수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사례처럼 강대국의 AI 기술 안보 규제에 전체 공급망이 멈춰 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로 중국 전용 AI 반도체인 H20의 중국 판매가 제한되면서 공급 전략을 수정했고 중국 AI 기업들도 대체 칩 확보에 나서야 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부품이나 부지 제공자에 머물지 않고 AI 협력 생태계 안에서 독자적인 모델 운영권과 핵심 데이터 통제권을 방어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이 HBM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핵심 파트너 대우를 받고 있지만 고정불변은 아니다"라며 "전력망 확충 등 물리적 인프라가 적기에 지원되지 않고 데이터 주권을 잃는다면 초대형 연합전선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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