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원화 절상률 8.8%, 금융위기 후 최고…1,400원선 깨질까

입력 2026-08-02 05:53   수정 2026-08-02 13:15

7월 원화 절상률 8.8%, 금융위기 후 최고…1,400원선 깨질까
환율 한 달 새 125원 급락…달러예금 잔액 3년 7개월 만에 최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지난 달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자금과 수출대금 등이 달러 물량이 나오며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달러 수급이 개선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도 줄어들면서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환율, 9개월 만에 최저 찍어…7월 절상률 주요국 1위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오후 3시 30분 기준 가격(기존 주간거래 종가)은 1,424.0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6월 말(1,549.4원)보다 125.4원 하락해 금융위기로 환율 변동성이 극심했던 2009년 3월(150.5원 하락)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폭으로 움직였다.
7월 한 달간 달러 대비 원화의 절상률은 8.81%로, 역시 2009년 3월(10.88%) 이후 가장 높았다.
환율은 지난 달 1일 장중 1,559.2원까지 올라 1,560원 선을 위협하다가 이틀 뒤 급격히 방향을 틀어 30원 넘게 급락하며 1,50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7월 중 5거래일을 제외하고 꾸준히 떨어져 1,400원대에 안착했다.
마지막 주(27∼31일)에는 환율이 42.6원 내렸다. 이는 주간 기준 2022년 11월 7∼11일(100.8원↓)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최대폭 하락이다.
지난 달 30일엔 장중 1,418.0원까지 떨어지며 작년 10월 20일 이후 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다만 이후 하락분을 일부 반납하면서 31일 1,435.5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달 원화는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가장 강세였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7월 말(뉴욕 종가 기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6월 말보다 7.95% 상승해 주요 20개국 통화 중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일본 엔화도 지난 달 30일 일본과 미국 정부의 시장 개입 등에 초강세로 돌아서며 한 달새 3.15% 상승했지만, 원화보다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스웨덴 크로나(+1.91%)와 영국 파운드(+1.63%), 호주 달러(+1.45%), 캐나다 달러(+1.27%), 유럽 유로화(+0.94%) 등도 원화에 비해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 수급 개선에 당국 개입도…'달러 싸졌다' 개인 환전액 74%↑
외국인 투자자 주식 리밸런싱 영향이 줄고 SK하이닉스와 수출업체에서 달러를 내놓은 데 더해 한국과 미국,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달 30일 밤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과 함께 가파르게 하락해 1,420원을 하회했는데, 이는 한미일 외환당국이 동반 개입한 결과로 보인다고 외신과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달러를 저가 매수하려는 개인들의 환전 수요도 크게 늘었다.
지난 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개인 고객이 원화를 달러화로 바꾼 금액은 총 2억8천500만달러로, 6월(1억6천400만달러)보다 74% 가량 늘었다.
이는 서학개미 해외 투자가 지속되던 올해 1월(5억6백만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도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7월 말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총 708억3천3백만달러로, 전월보다 57억8천900만달러 증가했다. 작년 12월(+68억6천만달러) 이후 월간 기준 최대폭 증가다.
달러예금 월말 잔액도 2022년 12월 말(744억1천600만달러)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대로 불어났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해뒀다가 출금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돌려받는 금융상품으로, 통상 환율이 떨어지면 저가 매수 수요가 커지면서 잔액이 늘어난다.

◇ "하반기 저점 1,380원"vs"연말 반등 가능성"
7월 내내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연내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원화 저평가가 해소되면서, 당사 추정 적정 환율인 1,410∼1,420원까지 하락했다"면서 "현재 양호한 한국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환율의 추세적인 하락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감안하면 하반기 중에 1,400원을 하회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다만 1,400원 부근에서 저가 매수 수요가 들어오면서 상당한 공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환율은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고, 앞으로 한은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차 축소도 시장에 영향을 계속 미칠 것이라고 본다"면서 "하반기 환율 저점은 1,380원 선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한미 통화 정책과 달러 수급 상황에 따라 저점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 재점화 등에 환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서재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증시의 대형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고, 미 연준 금리 인상 전망이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환율이 3분기에 1,400원을 하회하다가 4분기에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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