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지는 트럼프식 통첩 외교…발칵 뒤집히다 무뎌진 전세계

입력 2026-08-05 04:47  

힘 빠지는 트럼프식 통첩 외교…발칵 뒤집히다 무뎌진 전세계
이란에 최후통첩성 경고하고 후퇴 전력…"버티면 흐지부지" 인식 확산
'타코' 꼬리표도…일각선 "트럼프 예측불가능성 무시 못해" 지적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언장담으로 충격을 주고 공포를 조장한 뒤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수법을 자주 쓴다.
예측 불가능성을 이용한 '트럼프식 협상의 기술'이다. 그러나 엄포가 흐지부지되고 상대편의 강경한 태세에 뒷걸음질 치는 일도 거듭되면서 트럼프식 압박의 약발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첩'이 예전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걸 널리 알린 건 다름 아닌 이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대이란 군사작전을 개시한 이후 '문명의 말살' 같은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최후통첩성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3일(현지시간)에도 "참수 전 마지막 기회"라며 이란에 신속한 합의를 압박했다. 지도부에 대한 제거 작전에 나설 뜻을 내비치며 이란에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전에도 벼랑 끝으로 이란을 몰아세웠다가 공격 계획을 접고 후퇴한 전력이 있는 탓에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듣는 이들은 많지 않은 분위기다.
오히려 11월 중간선거가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전을 감행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작지 않다. 급속히 줄어든 미국의 무기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직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중국 역시 지난해 관세전쟁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100% 관세 위협에도 물러서지 않고 희토류 수출통제와 미국산 대두 구매 중단 카드를 동원해 강경하게 버텼다. 가장 아픈 지점을 공격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도록 한 대표적 사례다.
유럽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초에는 볼썽사나운 아첨을 해서라도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점점 커지기만 한다는 회의론이 거세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트럼프는 계속 위협하고 세계는 움츠리지 않는다'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유럽 지역 외교관을 인용, "각국 정상들은 여전히 트럼프에게 아첨할 의향이 있지만 트럼프가 원하는 양보를 내줄 마음은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유럽의회 대미관계위원장인 브란도 베니페이(이탈리아) 의원은 "우리는 이런 일상적인 (트럼프의) 발표들에 익숙해지고 있고 더는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위원회의 제러미 샤피로 미국 국장은 WP에 "트럼프의 허풍이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미국의 막강한 힘과 오랫동안 축적된 외교적 자본에 기댔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자산을 소진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강압적인 인물이지만 쉽게 겁을 먹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들) 알아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다 돌연 물러서는 일이 거듭되면서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라는 별칭이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다니기도 하지만 아예 안심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있다.
한 유럽 외교관은 WP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수사나 허세에 맞대응하지 않으면 결국 흐지부지된다는 것을 다들 알게 됐다면서도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군사작전 결행을 예로 들면서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다. 트럼프가 매번 겁을 먹고 물러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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