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험사 CEO 살해' 맨지오니, 법원서 유죄인정…종신형 위기

입력 2026-08-15 07:31  

'美보험사 CEO 살해' 맨지오니, 법원서 유죄인정…종신형 위기

'美보험사 CEO 살해' 맨지오니, 법원서 유죄인정…종신형 위기
살해 의도 스토킹 혐의 인정…美언론 "내달 살인 혐의 재판은 무산 전략"
"투자자 사칭하니 보험사가 답장하더라"…'건보 불만' 범행동기는 거듭 부각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미국 대형 건강보험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총격 살해해 건강보험업계에 대한 대중적 분노의 상징이 됐던 루이지 맨지오니(28)가 14일(현지시간) 연방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뉴욕 남부연방지검 등에 따르면 맨지오니는 이날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 출석해 2024년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브라이언 톰슨 CEO 살해 의도와 연관된 스토킹과 사이버 스토킹 등 연방 혐의 2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대신 맨지오니 측 변호인단은 다음 달 8일 예정된 뉴욕주 법원의 2급 살인 및 무기 소지 혐의 재판에 대해선 이번 유죄 인정을 사유로 기각 신청서를 제출했다.
베이지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선 맨지오니는 차분한 어조로 준비된 진술서를 읽어나갔다.
그는 자신이 톰슨 CEO를 총격 살해했음을 시인하며 "내 행동이 그에게 사망이나 신체적 상해에 대한 공포를 줄 것임을 알았고, 내가 한 일이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맨지오니는 2024년 12월 4일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한 호텔 인근에서 권총으로 톰슨 CEO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체포 당시 그의 소지품에서는 보험사가 공익보다 이윤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하며 "이 기생충들은 당해도 싸다"는 취지의 선언문이 발견됐다.
이른 아침 맨해튼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 총격 사건은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불공정한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저항 행위로 규정하며 그를 두둔하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그가 볼티모어의 명문 사립고를 수석 졸업하고, 아이비리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석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컸다.



맨지오니는 이날 법정에서 범행 준비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몇 년 전 허리 골절 부상을 겪은 뒤 건강보험 제도를 이용하면서 겪은 불만이 범행 동기가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유나이티드헬스케어 경영진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을 5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굴리는 거액 투자자로 소개하며 투자 콘퍼런스 정보를 문의했고, 이를 통해 행사 일정과 장소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환자로서 겪었던 보험사와의 험난한 소통 과정과 달리, 투자 문의에 대해서는 불과 한 시간 만에 빠른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후 3차원(3D) 프린터로 총기 부품을 제작하고 소음기와 탄창을 장착한 뒤, 톰슨 CEO를 살해할 목적으로 뉴욕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맨지오니는 그동안 연방 및 뉴욕주 법원에 기소된 살인 등의 혐의에 대해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과의 사전 형량 조정(플리바게닝)도 없이 이날 유죄를 인정함에 따라 연방 재판은 열리지 않게 됐다.
연방 검찰은 맨지오니에게 최고형인 종신형을 구형할 방침이다.
최종 형량은 재판부가 결정한다. 선고 공판 기일은 오는 12월 18일로 잡혔다.
이날 법원 밖에서는 맨지오니 지지자들이 몰려 "미국은 루이지(맨지오니)를 사랑한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어떤 불만이나 정치적 신념, 이념적 명분도 살인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톰슨 CEO의 유족들도 성명에서 맨지오니의 유죄 인정은 "정의를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법원이 범죄의 중대성을 반영해 엄중한 형량을 선고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맨지오니 측 변호인단은 뉴욕주 법원의 2급 살인 혐의 재판을 기각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동일한 범죄 행위로 두 번 처벌받지 않는다는 뉴욕주의 '이중 처벌 금지' 원칙을 들었다.
맨지오니가 이미 연방 혐의에 유죄를 인정한 만큼 주 법원에서 다시 재판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연방 검찰과 주 검찰이 사실상 공조해 동일한 범죄로 피고인을 두 번 처벌하려 한다는 점을 파고드는 고도의 법적 전략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과거 연방 유죄 판결을 근거로 주 검찰 기소가 기각된 선례가 있는 만큼, 향후 주 법원의 살인 재판을 무산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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