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통 10개로 창업한 샘표 80주년…현존 '최고령' 등록 상표

입력 2026-08-17 08:23   수정 2026-08-17 08:28

간장통 10개로 창업한 샘표 80주년…현존 '최고령' 등록 상표

간장통 10개로 창업한 샘표 80주년…현존 '최고령' 등록 상표
1959년 홍콩에 첫 수출 이후 80여개국에 소스 공급
3천여종 미생물·90여개 특허 보유…32년 만에 양조간장 신제품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간장통 10개로 출발한 장류 기업 샘표가 오는 20일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창립 이래 전국에서 수집한 3천여종의 미생물과 이를 기반으로 한 원천 기술로 한국인의 밥상을 지키고, K푸드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샘표는 17일 밝혔다.

◇ "실향민 밥상 위해 간장 공장 시작"
샘표 창업주 고(故) 박규회 회장(1902∼1976)은 함경남도 출신 실향민이었다.
해방과 혼란의 시기를 지나며 장을 직접 담가 먹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지자 믿고 먹을 수 있는 간장을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생각으로 1946년 사업을 시작했다.
박 회장은 '내 가족이 먹지 못하는 것은 절대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고 한다.
창업 당시 생산 설비는 20석, 약 3.6㎘(킬로리터) 규모의 간장통 10개가 전부였으나 현재는 연간 약 9만㎘의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최대 우리 맛 전문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1954년 5월 지식재산처(옛 특허청)에 등록된 '샘표'(등록번호 제362호)는 현존하는 국내 상표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상표명은 간장의 기본 원료인 물과 그 근원인 샘에서 따왔고, 여기에 상표를 뜻하는 '표'를 붙여 '샘표'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샘표는 "80년 동안 이어진 브랜드의 역사는 해외 시장에서도 신뢰와 품질을 보여주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 간장 수출이 해외 사업 출발점…마케팅·유통 혁신
샘표는 1959년 홍콩에 간장을 수출하며 해외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당시 한국은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고, '수출 강국'이라는 단어도 낯설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품질 기준이 엄격한 미군에 샘표 간장이 납품된다는 사실이 홍콩에 알려지면서 수출 요청이 들어왔다. 첫 수출 규모는 미화 1만달러였다.
한국산 간장이 해외로 수출됐다는 소식은 당시 '대한 뉴스'에 소개될 만큼 큰 소식이었다.
현재 샘표는 미국, 독일, 네덜란드를 비롯한 80여개국에 간장과 고추장 등의 전통 장류, 순 식물성 콩 발효 요리 에센스인 글로벌 장류 제품 '연두', 김치 만들기용 제품·브랜드인 '김치앳홈'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샘표의 성장 과정에는 제품 개발뿐 아니라 마케팅과 유통 방식의 변화도 있었다.
1958년 충무로 공장 옥상에 '샘표 간장'이라는 대형 네온사인을 설치했고, 1961년에는 업계 최초로 CM송(광고용 노래)을 선보였다.
1966년 '진하고 구수한 맛의 간장', '정직하고 진실한 진짜 간장'이라는 의미를 담아 출시한 '샘표 진간장'은 이후 시판 간장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1980년에는 식품업계 최초로 페트(PET) 용기를 도입해 간장의 유통과 소비 방식을 바꿨다.

◇ 전통 장류의 세계화…32년 만에 국내 양조간장 신제품 출시도
샘표는 1955년 업계 최초로 장류 전문 연구실을 개설한 데 이어, 2013년에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식물성 발효 전문 연구소인 '우리 발효 연구 중심'을 설립했다.
샘표는 창립 이래 전국에서 수집한 3천여종의 미생물과 이를 기반으로 한 원천 기술 및 90여개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의 방향은 한국 장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세계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과 활용법을 다시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품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식문화에 적용하는 연구도 병행했다.
2010년 '글로벌 장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스페인의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재단(Alicia Foundation)과 현지 식재료와 한국 장을 활용한 150여개의 요리법을 개발, 장의 활용 가능성을 유럽 식문화 속에서 검증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독일·네덜란드·스위스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유통 체인에 입점했고, 오는 10월에는 유럽 미식 강국인 이탈리아의 유통망 코나드(Conad)에 입점해 판매 채널을 넓힐 계획이다.
샘표는 창립 80주년을 맞는 이번 주에 국내에서 32년 만에 양조간장 신제품도 선보인다.
1989년 '양조간장 501', 1994년 '양조간장 701'에 이어 '양조간장 801'을 출시하는 것이다.
샘표는 "80년 동안 축적한 발효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샘표의 시간이 담겼다"면서 "샘표의 역사는 K푸드 열풍이 갑자기 만들어진 현상이 아니라 해방 직후부터 이어진 연구와 생산, 유통과 수출의 축적 위에 형성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역설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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