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맞춤형 항암백신'…암치료에 중대 돌파구 열리나

입력 2026-08-20 17:24  

'환자 맞춤형 항암백신'…암치료에 중대 돌파구 열리나
개인별 암세포 유전자 변이 분석해 공격하는 신약 개발
모더나 "이르면 내년 흑색종 치료 승인될 가능성" 자신
다른 암종도 임상시험·후속연구 진행 중 적용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미국 머크(MSD)가 공동 개발한 환자 맞춤형 mRNA 항암 백신은 일종의 치료용 맞춤형 백신이다.
'백신'이긴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질병 예방을 위해 미리 맞는다는 뜻의 예방주사는 아니며, 암 진단을 받고 종양 제거 수술까지 받은 환자의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한 신생항원치료제다.
그런 면에서 독감이나 코로나 백신과는 다르다.
이 백신은 환자 개인별 암세포 유전자 변이를 분석해 맞춤형으로 설계된다.
종양 조직과 혈액 표본을 분석해 나온 최대 34개의 특이 신생항원 정보를 바탕으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제작한 후 이를 환자에게 투여해, 환자의 면역세포가 해당 암세포만 정밀하게 공격하도록 체내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될 우려가 있는 mRNA를 보호하기 위해 약물 전달체인 지질나노입자가 이를 둘러싼 구조로 돼 있는 점은 코로나19 사태 때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과 유사하다.
이와 유사한 항암 치료의 아이디어 자체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으나 오랫동안 공상의 영역이었고, 실제 사용에 다가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항암 백신 겸 치료제의 이름은 '인티스메란 오토진'(intismeran autogene, 개발명 V940·mRNA-4157)이며, 여기서 '메란'은 mRNA 기반 약물임을 나타내는 접미사다.
'오토진'은 한국어로 '자가유전자'(自家遺傳子)라고도 번역되며, 환자 본인의 유전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약물임을 가리킨다.
접두어 부분인 '인티스'는 개발자들이 정한 것으로, 다른 mRNA 기반 자가유전자 약물과 구분되도록 붙인 일종의 고유명사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흑색종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 1천137명을 대상으로 최대 약 1년 동안 미국 머크(MSD)의 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인티스메란을 병용 투약한 경우와 키트루다만 단독 투약한 경우의 경과를 비교했다.
일단은 병용 투약을 통한 보조요법으로만 임상시험이 이뤄진 것이다.
실험군(병용 투약)과 대조군(단독 투약)의 비율은 약 2대 1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실험군은 대조군과 대비해 1차 평가변수인 무재발생존(RFS·recurrence-free survival)과 2차 평가변수 중 하나인 무원격전이생존(DMFS·distant metastasis-free survival)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이 있었다.
다만 보다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무진행생존(PFS·progression-free survival)이나 전체생존(OS·overall survival) 관련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모더나와 미국 머크(MSD)는 앞으로 국제 의학 학회에서 더 상세한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는 "이번 3상 결과는 암 연구 분야에서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환자 개인의 암에 맞춰 특별히 설계된 mRNA 치료제를 만든다는 발상은 다년간 희망에 그쳤으나, 이제 우리는 그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개인 맞춤형 백신이 이르면 2027년에 승인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가 흑색종 외의 다른 암종의 치료 가능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번 결과 발표는 흑색종에 한정해서 이뤄졌으나, 비소세포폐암, 신세포암(신장암), 방광암, 피부편평세포암 등에 대해서도 2상 혹은 3상 시험이 진행중이며, 췌관선암종(췌장암)과 위암에 대해 1상 단계 연구가 개시됐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호주 퀸즐랜드대 BASE mRNA 시설의 부소장 세스 치텀 부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이런 대규모 연구들은 규제 기관들이 지역사회에서 널리 사용할 신약을 승인하는 데 사용되며, 이 결과는 1년 내지 2년 내에 모더나와 머크의 흑색종 맞춤형 암 백신 승인을 뒷받침해줄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가장 큰 도전은 이 새로운 유형의 의약품을 지역사회 전역의 환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규모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기존의 맞춤형 의약품들은 환자에게 적합한 약을 매칭해 주는 것이었지만, 이번 약은 각 환자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약을 처음 만드는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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