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2명 분석…애교 발화 때 공명 주파수 높아져
성도 짧은 아이 목소리처럼 만들어 작고 어려 보이는 효과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말끝을 늘이고 목소리를 한껏 귀엽게 만드는 한국인의 '애교'에는 실제로 목소리를 더 어리고 작은 사람처럼 들리게 만드는 음향학적 변화가 숨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목소리 높낮이나 말투만 바꾸는 게 아니라 목소리가 울리는 공명 주파수까지 변화시킨다는 분석이다.
◇ 애교 부리면 공명 주파수도 변해…아이처럼 '짧은 성도' 효과
김지은 덕성여대 국어국문학전공 교수와 볼케 델워 스위스 취리히대 교수는 이런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 음향학회지'에 발표했다.
애교는 성인이 상대방에게 친밀감이나 호감을 표현하기 위해 어린아이처럼 말하거나 행동하는 방식으로, K팝 아이돌이 팬들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한국 드라마에서 연인끼리 애교를 부리는 장면이 자주 보이면서 한국의 고유문화 중 하나로 꼽혀 왔다.
해외에서는 대응되는 용어가 없어 2021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aegyo'로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해외 연구자들도 음높이, 비음, 말하는 속도 등에서 애교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이유를 파악해 왔다.
이번에 연구팀은 25~31세 한국인 남녀 12명에게 애교를 넣은 문장과 넣지 않은 문장을 읽게 하고 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애교를 부릴 때 모음 소리의 포먼트 1(F1) 주파수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포먼트는 인간의 발성 기관인 성도가 공명할 때 에너지가 집중되는 특정 주파수 대역이다. F1은 주로 목구멍의 길이에 의해 결정된다.
포먼트1 주파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목소리의 공명 특성을 마치 아이처럼 성도가 짧은 것처럼 바꾼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성도가 짧으면 자연스럽게 더 높은 공명, 즉 더 높은 포먼트 주파수가 생성된다"며 "아이들 목소리가 어른 목소리와 매우 다른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더 작고 어려 보이게"…보호 본능·사회적 유대 강화 가능성
연구팀은 동물들이 상대방을 위협할 때 후두를 낮춰 성도가 더 길어지게 해 위협하는 특성이 있는데, 애교가 이에 반대되는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델워 교수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인간이 정반대의 전략을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애교를 부리는 사람은 실제보다 더 커 보이게 하는 대신, 더 작고 어려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작고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가 타인에게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고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고, 포먼트 주파수를 높이는 것이 화자를 더 기억에 남게 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이론도 분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델워 교수는 "귀엽게 들리는 목소리는 누군가를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 사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친밀한 사회적 관계의 시작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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