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가치 3개월 만에 최저치…금·비트코인 등 대체자산 부각
'달러 약세 용인' 신호로 해석…일본식 통화약세 우려도

(뉴욕=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치솟는 국채금리를 억누르기 위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공격적인 시장 개입이 결국 달러화 가치와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월가의 경고가 확산하고 있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라는 근본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금리 상승만 억제할 경우 그 부담이 달러 가치 하락으로 옮겨가면서 결국 달러화가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논리다. 금과 비트코인 등 대체자산으로의 자금 이동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가 지난 19일 장기물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최소 두 배 늘리겠다고 기습 발표한 직후 유로·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8.8대로 떨어져 지난 5월 이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약세가 이어지면서 이날 오전장에서도 98.6~98.7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앞서 미국이 일본과 함께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데 이어 장기물 바이백 확대까지 발표하면서 시장은 달러 약세 베팅을 늘리는 분위기다.
미 국채 금리가 낮아지면 달러 표시 채권의 상대적인 수익률 매력이 떨어져 달러 수요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은 등은 금리가 낮아지면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가치가 떨어질수록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커질 수 있다.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한 대체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비트코인 역시 전날 7만달러 선을 단숨에 돌파했다.
제럴드 간 리드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는 "달러화는 확실히 가장 큰 피해자"라며 "베선트 장관이 장기 실질 금리를 의도적으로 낮추면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약달러를 용인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달러에서 벗어나 자산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앤드루 카노비 프랭클린템플턴 채권 디렉터 역시 "장기 금리를 어느 정도 억제하기 위해 달러 강세를 다소 희생할 준비가 있다고 사실상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부 투자은행(IB)들은 달러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최근 몇 달간 달러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견해를 유지해 왔으나 단기 전망을 '약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버코어 ISI의 전략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무역 불균형을 줄이는 수단으로 약달러의 이점을 역설해 온 만큼, 베선트 장관은 현재의 외환시장 움직임을 환영할 것"이라고 짚었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미국이 통화가치 하락으로 향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달러가 당장 구조적인 약세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마사히코 루 선임 채권 전략가는 AI 관련 미국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과 높은 유가가 달러를 단기적으로 지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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