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선택 늘자 역사 교육 축소…관영매체들 잇따라 '가짜역사' 문제 조명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고등학생들이 대입 선택 과목에서 역사를 빼는 추세가 나타난 것을 두고 현지 학계에서 중국 사회가 '역사 왜곡'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왔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류린하이 베이징사범대 역사학원장은 지난 19일 '중국교사보' 기고문에서 "중학(중고교) 역사 교육은 역사·문화·민족·국가정체성을 수호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며 "현재의 약화 내지 주변화는 정책 당국이 고도로 중시해야 하고, 계획과 효과적인 조치를 통해 역사 과목에 대한 구조적 모순의 충격을 해결해야 한다"고 썼다.
류 원장은 중국 대입 시험 '가오카오'(高考·중국의 수능) 개혁이 중등 교육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줬고, 역사 과목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시행된 가오카오 개혁은 기존의 문·이과 구분에서 벗어나 수험생들이 시험 과목을 더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정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역사를 선택하는 학생 비중이 급격히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대입에 유리한 물리를 고르는 것이 일종의 '대세'가 됐다. 역사를 필수 선택 과목으로 지정한 대학 전공에 비해 물리를 필수로 정한 전공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역사 수업 시간이 줄어들고, 교사 규모가 축소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류 원장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인공지능(AI)이 역사 지식의 생산·소비 방식을 변화시키면서 아마추어 역사 연구가 온라인에서 부정확한 역사 서사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며 '교육'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튿날인 20일에는 중국 최상위 싱크탱크 중국사회과학원이 기관지에 중국 내 '가짜 역사'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당일 중국사회과학보 1면에는 '가짜 역사 블로거가 어떻게 역사 허무주의를 만들어냈는가'라는 기사와 '선명한 기치로 가짜 역사론에 반대한다'는 논평이 실렸다.
중국사회과학보는 근래 중국 일각에서 관찰된 '당나라(618∼907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어떤 경로로 유포·확산됐는지를 살폈고, 비주류 이론이 인플루언서와 트래픽 중심의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타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는 진단을 내놨다.
특히 신문은 중국에서 민감하게 여겨지는 이른바 '1644년 역사관' 문제도 거론했다.
1644년 명나라 멸망을 한족 중심 황하문명의 중단으로 보고, 근대 중국의 빈곤과 약화, 외세에 의한 어려움의 원인을 만주족 청나라 통치 때문으로 보는 시각으로, 최근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관심을 끈 바 있다. 이는 중국 당국이 강조하는 5천년의 역사적 연속성과 중화민족 사상에 배치되는 관점이다.
SCMP는 중국 학계의 잇단 경고를 두고 "중국이 국가 공식 역사 노선을 부정하거나 훼손하는 '역사 허무주의'와 '고대 그리스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같은 가짜 역사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중에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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