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1만8천㎞ 날아가 포스코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현장 가보니
전기차 7천만대분 매장량 확보…2033년까지 연 17만3천t 생산체제 완성

(살타[아르헨티나]=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비행기를 세 번 타고도 다시 경비행기로 안데스산맥을 넘어야 닿을 수 있는 곳.
포스코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하얀 석유' 리튬 해외 생산 기지는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약 1만8천㎞를 날아간 끝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아르헨티나 서북부 살타주(州) 해발 4천m 고지대에 있는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찾았다.
옴브레 무에르토는 스페인어로 '죽은 남자'라는 뜻으로 그만큼 인간이 거주하기 힘든 척박한 땅이다.
산소량이 평지의 60∼70%에 불과한 데다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날씨에 쉼 없이 불어닥친 칼바람은 매서웠다.
심할 때는 2022년 포항제철소를 덮쳤던 태풍 힌남노의 위력에 맞먹는 최대 시속 153㎞의 돌풍이 불어닥친다고 한다.
서석종 포스코아르헨티나 건설인프라실장은 "풍향계로 30분 간격으로 바람 세기를 체크해서 시속 100㎞를 넘으면 작업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경비행기에서 내리는 취재진에게 "먼저 메디컬 체크를 받아야 하고 고산병 증세가 있으면 산소마스크를 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응급 상황에 대비해 취재진을 태운 차량 뒤로는 의료용 차량이 줄곧 뒤를 따랐다.

차를 타고 갈색빛 평원을 달리자 드넓게 펼쳐진 에메랄드빛 '폰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리튬은 광석이나 염수에서 생산된다. 이곳에선 염수, 즉 소금물에서 리튬을 추출한다.
추출 과정은 염전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과정을 떠올리면 쉽다.
최대 600m 지하의 염수를 끌어올려 인공 연못인 폰드에서 단계별로 4개월 이상 햇볕과 바람에 노출해 물을 증발시킨 뒤 불순물을 제거하고 리튬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곳에는 염수 1리터(L)당 평균 921㎎의 리튬이 들어 있다. 리튬 농도가 높을수록 적은 염수에서 많은 리튬을 뽑아낼 수 있기에 원가 경쟁에서 유리하다.
보통 300∼400㎎ 정도만 돼도 사업성이 있다고 보는데, 그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박현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장은 "이곳의 리튬 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2018년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주요 광권을 2억8천만달러에 인수하고 현지 법인 포스코아르헨티나를 설립했다.
이후 추가 광권 획득으로 포스코홀딩스가 확보한 염호는 총면적 287㎢(약 8천681만평)로 서울시 면적의 약 절반(47%), 여의도 면적의 99배에 해당한다.
특히 폰드 면적만 해도 8.92㎢로 여의도 면적의 3배, 축구장 1천250개를 합친 규모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와 스마트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특히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포스코는 리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기 전, 선제적으로 리튬 원자재의 광권 100%를 확보했다.
지금이야 찬사를 받는 결정이지만 당시만 해도 낯선 염수 리튬 사업에 도전하며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해발 4천m 고지대에서 리튬 생산 시설을 짓고 전력과 용수 문제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지금은 경비행기가 오가고 인프라도 다 갖춰졌지만, 사업 초기만 해도 직원들은 버스로 편도 7시간씩 비포장길을 오가며 텐트를 치고 개발해왔다.
현지 옴브레 무에르토 지역엔 포스코아르헨티나 임직원 63명을 포함해 현지 채용 인력까지 총 623명이 근무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험지에서 고생하는 파견 직원들에게 비즈니스 항공권 혜택을 주고 있다.
사내 일각에서 과도한 혜택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현지의 고충을 전해 들은 뒤에는 불만이 단숨에 사그라들었다는 후문이다.
지속적인 정밀 탐사가 이어지면서 예상 밖의 결과도 나왔다. 이곳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 예상 매장량의 6배에 달하는 1천350만t으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 4월 옴브레 무에르토 노스 염호 광권을 약 6천500만달러에 추가 인수하며 현지 염수 리튬 자원 보유량은 총 1천500만t으로 확대됐다.
채굴 가능성과 수율을 감안하면 약 300만t의 리튬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기차 약 7천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리튬 중심의 자원 확보 전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2024년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 1공장을 준공해 국내 기업 최초로 해외 염수 리튬 상업 생산의 시대를 열었다.
2공장은 연내 준공 예정이다. 2공장 역시 연산 2만5천t 규모로 이 경우 수산화리튬 총 5만t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새롭게 추진하는 3·4공장에서는 ESS 및 엔트리급 전기차용 LFP 배터리에 쓰이는 탄산리튬을 각각 생산해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포스코홀딩스는 2033년까지 연간 17만3천t의 리튬 생산 체제를 완성해 글로벌 '리튬 톱 5' 기업으로 도약하고 2035년 리튬 사업 영업이익 1조8천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자원 안보가 국가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포스코그룹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의미 있는 투자로 평가받을 만하다.
박현 법인장은 "자부심보다는 당초 세운 사업 계획을 완벽하게 완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아직은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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