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은 국가 총력전인데…포스코그룹 '외로운 자원 전쟁'

입력 2026-08-25 15:00  

중국·일본은 국가 총력전인데…포스코그룹 '외로운 자원 전쟁'

중국·일본은 국가 총력전인데…포스코그룹 '외로운 자원 전쟁'
손발 묶인 해외자원개발 지원 기능…"광해광업공단법 개정해야"


(살타[아르헨티나]=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포스코그룹의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이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선 데다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까지 확보하면서 향후 사업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포스코처럼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 민간 기업이 홀로 해외 자원 확보에 나서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는 2018년 아르헨티나 서북부 살타주 옴브레 무에르토 리튬 염호 광권을 약 2억8천만달러에 인수하고 현지 법인 포스코아르헨티나를 설립했다.
이후 생산시설 구축과 상업 생산에 이르기까지 8년간 투자가 이어졌고 마침내 올해 2분기 흑자 전환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수산화리튬 가격은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지난해 7월 톤(t)당 8천달러선까지 떨어졌으나 같은 해 11월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선 상승세에 탄력이 붙으며 t당 2만달러를 넘어섰다. 전기차 단일 의존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규 수요처가 확대된 영향이다.
포스코홀딩스는 리튬 가격이 2만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포스코아르헨티나 영업이익률이 2027년 34%, 2028년에는 41%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업 안정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도 확보했다.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최근 한국 기업 최초로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대규모 투자 인센티브제도(RIGI)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
RIGI는 에너지, 광업 등 전략 산업 분야의 대규모 장기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법인세 인하, 관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은 물론 수출대금의 단계적 외화 보유 허용까지 포함해 현지 사업의 수익성과 자금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포스코그룹의 이번 성과는 자원의 중요성을 선제적으로 내다본 결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앞으로다. 리튬을 비롯한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이 개별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 대항전으로 격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남미 자원 부국의 뿌리 깊은 정치적 불확실성은 민간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최대 리스크다.
2008년 리튬 국유화를 단행한 볼리비아와 2023년 리튬 산업의 국가 주도 통제를 선언한 칠레의 사례처럼 중남미 국가들은 정권 교체나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자원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전례가 적지 않다.
아르헨티나 역시 현재는 외자 유치에 적극적이지만 향후 정치적 변동에 따라 정책 기조가 급변할 위험이 상존한다.
포스코홀딩스가 개발 중인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역시 이런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는 살타주와 카타마르카주의 경계에 걸쳐 있어 개발과 인허가 과정에서 두 주 정부의 이해관계를 동시에 조율해야 한다.
특히 현지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포스코아르헨티나 관계자들은 지방정부와의 소통에 적잖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주 정부 광업 담당자들을 접촉하려 해도 중국 정부의 잦은 초청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전언이다.
현재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주변에는 중국계 기업을 비롯해 호주·프랑스계 기업 등이 리튬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막강한 국가 자본력을 앞세워 지방정부 핵심 인사들까지 전방위로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리튬 시장을 장악한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연간 예산만 1조원에 달하는 국영 기관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통해 정부가 종합상사의 해외 자원 개발 초기 리스크를 보증함으로써 해외 자원 확보와 개발을 지원한다.
반면 한국은 과거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실패 이후 정부 차원의 지원 기능이 크게 위축됐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자원 공기업들이 무리한 투자로 막대한 부실을 겪으면서 신규 자원 개발 사업은 중단됐고 기존에 하던 일부 사업만 유지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와 긴 회수 기간, 국가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민간 기업만의 힘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중동 전쟁 등을 계기로 자원 안보가 경제안보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정부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021년부터 해외 직접 투자가 법으로 금지된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해외 자원 개발 직접 투자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법 개정을 국회와 추진하고 있다.
공단의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복원해 외국 정부와의 협력 채널을 넓히고 민간 기업의 리스크를 분담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총칼만 안 들었을 뿐 해외 자원 현장에서는 이미 국가 주도의 자원 영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포스코의 성공 사례가 단발성 성과로 끝나지 않고 국가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일본처럼 정부가 보증과 투자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국광해광업공단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조속히 처리해 민관 합동 지원 체계를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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