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군사 동시 압박…이란 얼마나 버틸까

입력 2026-09-02 10:01  

美, 경제·군사 동시 압박…이란 얼마나 버틸까
소모전식 군사작전으론 변화 어려워
"경제난 더 악화하면 이란 내 실용파에 힘 실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미국이 이란을 겨냥해 경제와 군사 양면에서 동시 압박을 가하면서 이란 지도부의 전쟁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란 정권과 군부의 자금줄을 끊겠다며 2차 제재를 강화한 '경제적 왕따 작전'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엔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의 요충지 라라크섬의 기뢰부설용 로켓 발사대를 공습, 한 달 만에 군사 작전을 재개했다. 미국은 1일에도 반다르아바스, 게슘섬, 아살루예 등 이란 남부의 주요 항구, 에너지 인프라를 폭격했다.
이란은 미국을 상대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란이 미국의 압력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분분하다.
군사적 측면에선 미국이 지상군을 본격적으로 대량 투입해 이란과 전면전을 결심하지 않는 한 이란을 굴복시키기 어렵다는 예상이 대체적이다.
지난 6개월의 전쟁 동안 이란은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 드론 역량을 증명했고 미국의 공습이 거세질수록 이란의 반격에 중동 국가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란 군부가 이미 장기전을 각오하고 대응하는 터라 지금처럼 소모전식 군사 공방은 큰 변화를 일으키진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쟁'의 향방에 시선이 모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의 만성적 제재를 받아온 이란의 경제난과 민생고는 전쟁 전에도 상당히 심각했다. 집회·시위가 제한된 국가인데도 올해 1월 민생고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해 정권을 곤란한 처지에 몰아넣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전쟁으로 이란의 경제위기는 사상 최악에 다다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일례로 미국의 강력한 해상봉쇄로 연료 수입이 제한되면서 이란 시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곡물도 제대로 수입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실업률이 전쟁 이후 한계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이 1일 "우리는 휘발유를 절약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번 경제적 왕따 작전이 이란 정권에 결정타가 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경제난이 이란 정권을 붕괴시키거나 적어도 이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낼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중동프로그램 부국장은 더타임스에 "이란 경제 상황이 악화됐지만 이 정도 압박으로 경제 붕괴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란을 완벽히 봉쇄하는 제재는 불가능에 가까워 이란 경제를 붕괴 직전까지 몰아붙이기는 매우 어렵다"며 "이란은 큰 나라이며 제재를 회피해 온 오랜 경험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제재로 당장 이란 정권이 무너지진 않겠지만 내분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의 '부당한 경제 테러리즘'에 저항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협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실용파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파로 꼽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주 "우리가 힘과 존엄을 갖춘 위치에 있는 지금 전쟁을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며 미국과 종전 협상을 촉구했다.
이란이 전쟁 초기 호르무즈 해협을 전격 봉쇄하면서 협상력을 크게 높였지만 봉쇄가 장기화함에 따라 이 '봉쇄 레버리지'가 약화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란 강경파엔 불리한 변수다.
미군의 호위 속에 걸프 산유국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 바깥으로 날라 환적하는 셔틀 방식의 운항이 꽤 정착되고 있고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육상 송유관으로 해협을 우회하는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네바대학원의 이란 전문가 파르잔 사베트는 "경제 압박이 정권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보진 않지만 경제난이 충분히 악화하면 이란 정권 내 특정 파벌의 입지가 강화돼 이란이 더 불리한 조건으로 양해각서에 다시 서명하게 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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