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소식통 "속도 안 내면 트럼프 반발"…조지아 사태에 韓기업들 위축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국 정부가 미국과 3천500억달러(약 47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자금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미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한 소식통은 FT에 "한국 정부가 속도를 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 전쟁과 관련한 한국의 지원 부족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배경에도 투자 지연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고 전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아시아그룹의 제니퍼 리 파트너는 "일본이 연속해서 대규모 투자 발표를 내놓는 것과 달리 한국의 진전이 더뎌 미국 정부 내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투자 약속은 지난해 한미 무역 합의의 일환이었다. 당시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려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미국에 총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텍사스 가스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이 투자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사업의 타당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FT는 짚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기업들이 경제성이 없는 사업에 투자할 리 없으니 정부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조속한 성과를 원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의 신중한 태도에는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 대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도 영향을 미쳤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 이민당국의 단속이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세계 2위 건조량을 자랑하는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조선업 부흥책과 맞물려 한국이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협상 카드로 꼽힌다고 F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발표 지연이 미국 정부에 '합의 이행을 회피하려 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 유치를 성과로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라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FT는 "한국의 대미 투자 문제는 한미 관계의 다른 안보 이슈들과도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축소 지시 등을 언급했다.

영국 킹스컬리지런던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 계획을 지원하기로 한 합의를 번복하거나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미 동맹의 기틀은 튼튼하지만, 동맹을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 때문에 그의 재임 기간 한미 관계는 불안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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