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해체 벼르는 美, 나토 동맹국에 '동참' 압박"

입력 2026-09-10 18:44   수정 2026-09-10 18:53

"ICC 해체 벼르는 美, 나토 동맹국에 '동참' 압박"
"누가 우리와 함께 하는지 주시"…나토 긴장 더 커지나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자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해체를 벼르고 있는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지원 사격을 종용하면서 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7월 중순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32개 회원국 대사들의 비공개 회의에서 매튜 휘태커 나토 주재 미국 대사가 동맹국들을 향해 ICC 해체에 협력하고, ICC의 설립 문서인 로마 조약에서 탈퇴할 것을 촉구했다고 나토 외교관들을 인용해 폴리티코 유럽판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휘태커 대사는 이 자리에서 "누가 미국과 함께하는지 주시할 것"이라는 압박성 발언도 이어갔다고 한다.
휘태커 대사의 이런 발언과 함께 미국 측이 배포한 문서에는 "미국은 ICC의 역량을 체계적으로 해체할 것이다. 우리는 동맹국들이 즉각 탈퇴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는 문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동맹국에 ICC가 자국에 미치는 위협을 검토하고, 월권을 공개적으로 규탄하며, ICC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즉시 중단하라는 요구도 적시됐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집권 2기 취임 직후인 작년 2월 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문제 삼아 ICC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에 이어 최근에는 아카네 도모코 소장 등 ICC 최고위 인사를 제재 명단에 올리고, 조직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겠다고까지 공언하는 등 ICC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자국 당국자들이 전쟁범죄 혐의 등으로 기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은 ICC의 회원국은 아니지만 전쟁범죄 등의 중범죄가 회원국 영토에서 발생한 경우 ICC가 관할권을 갖는다는 조항에 따라 미국 당국자들도 ICC에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안팎에선 이란 전쟁 초기에 발생한 이란 여학교 오폭 사건이나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들을 공격한 것 등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토 동맹국에 ICC 해체 동참 압박은 가뜩이나 나토 내부의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 더해진 것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나토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하며 어느 때보다 심각한 균열을 겪었다. 미국은 이어 중동전쟁에서 유럽이 미국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유럽 내 미군 주둔의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유럽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나토의 한 외교관은 ICC 해체에 동참하라는 휘태커 대사의 당시 발언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외교관은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하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ICC 소재지인 네덜란드, 프랑스 등은 미국의 이런 압박에도 ICC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강조하며, 미국 측의 입장에 동조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ICC는 로마 조약에 따라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된 상설 국제재판소로, 그동안 전쟁 범죄나 대량 학살 등 반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른 나라의 전·현직 국가원수 등을 기소해 처벌해왔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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