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공장에서 일했다"…베네치아 영화제에 가자학살 체계 폭로

입력 2026-09-13 07:53   수정 2026-09-13 08:22

"살인공장에서 일했다"…베네치아 영화제에 가자학살 체계 폭로

"살인공장에서 일했다"…베네치아 영화제에 가자학살 체계 폭로
이스라엘 군사작전 다룬 다큐 '나자'에 심사위원특별상
증언 설득에만 3년…정보기관·군 관계자 24명 인터뷰 담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12일(현지시간)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유발 아브라함·레이철 쇼르의 '나자'(NAZA)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 대량 살상을 가능하게 하는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의 시스템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다.
AFP통신에 따르면 상영시간이 80분인 이 작품은 올해 경쟁 부문 출품작 중 유일한 다큐멘터리였다.
'나자'는 10일 공식 상영된 후 25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올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일부 평론가들과 언론매체들은 이 작품을 유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로 꼽기도 했다.
'나자'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 감시와 원격 살해 등에 관여했던 이스라엘 정보요원과 군인 등 내부 고발자 24명의 익명 증언을 담고 있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가자지구를 폭격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AI 기반 표적 시스템을 사용하는 동안 살인 '공장'이나 살인 비디오 게임 속에서 일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 심경을 묘사했다.
영화의 제목 '나자'는 이스라엘군이 군사작전으로 숨질 것으로 예상되는 민간인을 지칭할 때 쓰던 약어에서 유래했다.
영화에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사용한 비밀작전 방식이 상세히 담겨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하급 요원을 식별해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 사용했으며, 이를 활용해 한밤중 하마스 요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자택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이 이 과정에서 하마스 요원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간인들이 여전히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파괴하고 구호물자 배급 현장에서 민간인을 살해한 과정 등에 대한 증언도 담겼다.
이 영화의 제작자로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JW 필름스'의 제임스 윌슨이 참여했으며, 총괄프로듀서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연출했던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이 맡았다.
영화는 2023∼2025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매체 '+972 매거진'과 히브리어 매체 '로컬 콜', 가디언이 폭로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취재원 보호를 위해 10일 시사회 전까지 내용이 극비리에 유지돼왔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 등이 내부 정보를 폭로하도록 설득하는 데 3년이 걸렸고, 인터뷰 대상자의 얼굴과 목소리도 신원 보호를 위해 변조했다.
'나자'의 연출을 맡은 아브라함과 쇼르는 이스라엘 출신이다.
이들은 앞서 팔레스타인 출신 바젤 아드라·함단 발랄과 함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집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참상을 다룬 '노 어더 랜드'(No Other Land·2024년)를 공동연출한 바 있다. '노 어더 랜드'는 2025년에 아카데미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12일 베네치아영화제 시상식에서 '나자' 공동연출자 중 아브라함 감독은 영화제 개막 후 열흘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최소 6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얘기를 나눈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우리에게 이런 대량 살상이 어떤 방식으로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말해줬다"며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계획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전면적 비인간화(dehumanization)에 기반한 살인 행위와 정책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우리에게는 정말, 정말 특별히 중요하다"라며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우리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화제 기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브라함 감독은 "우리는 단지 '당신이 했던 일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며 "때로는 단순한 질문만으로도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대상자 중 "일부는 후회하고 일부는 후회하지 않았다"며 "몇몇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 직속 비밀 정보 부서에서 근무했으며, 그 중 한명은 자신들의 임무가 평화를 저지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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