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와중에…서로 칼 겨누는 우크라 검찰·반부패국

입력 2026-09-14 17:31  

전쟁 와중에…서로 칼 겨누는 우크라 검찰·반부패국
검찰·반부패국 '초유의 쌍방 수사전'…젤렌스키 리더십 흔들리나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우크라이나의 양대 사정기관인 검찰과 국가반부패국(NABU)이 서로 수사의 칼날을 겨누면서 전쟁 와중에 권력기관 간 내홍이 번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루슬란 크라우첸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이날 공개한 성명에서 세멘 크리보노스 국가반부패국 국장에 대한 수사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크라우첸코 총장은 크리보노스 국장의 혐의와 관련해 "거액의 불법 이익을 얻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한 혐의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의 사임을 촉구했다.
NABU 수장을 겨냥한 검찰의 이번 수사는 최근 NABU의 검찰총장실 비리 수사와 맞물려 주목받는다.
NABU와 반부패특별검찰청(SAPO)은 지난 8일 검찰 관계자가 뇌물을 받고 전화 사기 조직의 범죄를 눈감아준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한 부서 책임자가 지인들을 끌어들여 약 100만 달러(약 13억원)의 범죄 수익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라우첸코 총장은 이 범죄에 연루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결정"이라며 사임의 뜻을 밝혔다. 크라우첸코 총장의 사임안은 현재 우크라이나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검찰총장이 해임을 정치적 압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의 자유"라며 의회에 검찰총장 사임안 승인을 요청했다.

검찰과 NABU 간 초유의 쌍방 수사전은 서로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내부 힘겨루기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많다.
크라우첸코 총장은 작년 NABU와 SAPO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시도에 가담했다는 의혹으로 비판받았다. 우크라이나 검찰 역시 권한 제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권력기관이라는 점에서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부패뿐만 아니라 전쟁 범죄까지 폭넓은 수사권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드론 능력을 앞세워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국내 정치는 권력기관 간 갈등으로 불안이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3일 수도 키이우 한복판에서 국가보안국(SBU)과 국방부 정보총국(HUR) 산하 특수부대가 서로 총격전을 벌여 충격을 주기도 했다.
특히 지난 여름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의 경질은 국방부와 군 수뇌부 간 갈등이 표면화하는 계기가 됐다. 페도로우 전 장관은 퇴임 후 현 정부가 "5%의 효율성"으로 굴러간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심화하는 우크라이나 내부 갈등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을 둘러싼 의구심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달 초 우크라이나 여론조사기관 레이팅의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59%로 3위에 그쳤다.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국 대사는 68%로 1위, 키릴로 부다노우 대통령비서실장은 62%로 2위를 차지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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