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고문으로 연 8천400만원…보고서·회의록 등 '깜깜이'
野 이종욱 "국회에 설명 필요"…한은 "민감한 사안" 난색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퇴임 후 한은의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돼 매달 700만원의 자문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문 실적 등은 별도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통화정책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룬다는 이유에서다.
1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전 총재는 현재 신현송 총재 고문으로 등록돼 있다.
위촉 기간은 퇴임 다음 날인 올해 4월 21일부터 1년이며, 신 총재와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는 역할이다. 자문료는 월 700만원, 연간으로 환산하면 8천400만원에 이른다.

전직 총재가 퇴임 후 고문을 맡아 자문료를 수령하는 것은 처음은 아니다.
전임 이주열 전 총재는 2022년 4월부터 2년간 매달 1천만원을, 2024년 4월부터 1년간은 월 400만원을 받았고, 2025년 4월부터 1년간은 자문료 없이 고문으로만 위촉됐다.
한은 총재 고문 제도는 1950년 한은 정관 제정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앙은행 업무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전문가를 고문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했고, 1967년 한국인 또는 외국인으로 고문의 범위를 확대했다.
역대 고문 명단에는 이창용 전 총재까지 13명의 전직 한은 총재가 이름을 올렸다.
퇴임한 재무부 장관, 은행감독원장, 금융통화위원 등도 더러 있었으나, 이성태 전 총재가 퇴임하고 2010년 5월 고문을 맡은 뒤로는 전직 총재들만 위촉됐다.
단, 고문들의 실질적인 자문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남기지 않았다.
자문 보고서, 회의록, 업무 일지 등 일반적인 자료뿐 아니라 자문 횟수, 정책 반영 여부 등의 단순 수치도 없다.
실제로는 퇴임한 한은 총재가 현직 총재의 '고문'으로서 통화정책방향을 놓고 서로 긴밀하게 협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금통위 중심의 기준금리 결정에는 전직 총재가 비공식으로라도 조언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게 한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이 전 총재의 경우 다른 전직 총재들과 달리 퇴임 직후부터 언론 인터뷰에 응하거나 외부 강연에 연사로 나서는 등의 방식으로 '장외 훈수'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재 고문 위촉이 전직 총재를 단순 '예우'하기 위해 마련된 관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직 총재들에 사실상 품위 유지비 명목으로 자문료를 지급해왔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한은 정관 제35조에 따라 총재 고문을 위촉하고 있다"며 "위촉 시 고문의 자문 활동에 필요한 소정의 자문료를 책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자문 내용 대부분이 통화정책이나 한은 경영과 관련한 민감한 사안이어서 별도의 자문 실적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종욱 의원은 "통화정책 독립성과 보안을 이유로 구체적인 자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언제, 몇 차례, 어떤 분야를 자문했는지 기록하고 국회에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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