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성 대표, 2019년 日 반도체 소부장 수출규제 경험
"'정치논리로 경제 접근시 손해' 모두 알아…日소재·IP-韓양산 조합 필요"
[※ 편집자 주 =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오는 11월 3일 한일 간 공조를 주제로 '2026 미래경제포럼'을 개최합니다. 급속히 블록화하는 글로벌 경제 지형 속에서 한일 양국이 초국가적 경제 공조를 이루는 방안을 논의합니다. 포럼에서는 오랜 기간 역사적 대립 관계이던 프랑스와 독일이 손잡아 출범한 유럽연합(EU)이 막강한 경제 연합체로 자리매김한 것을 참고해 한일 양국이 단계적 협력 체제를 만들고 경제공동체로까지 나아가는 방안을 타진하고자 합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포럼에 앞서 한일 양국에서 협력 활동에 몸담아온 각계 인사들의 인터뷰를 매주 일요일 송고합니다.]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이도연 특파원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수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SK'라는 회사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었다.
회사를 설명하기 위해 2018년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 지분 투자에 참여한 사실 등을 일일이 설명해야 했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일 경제협력을 주창하기 위해 지난달 말 일본 미야기현을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연을 끝내자 미야기현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질문하기 위해 현지 기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든 것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대한상의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이 한일 경제협력에 양국의 미래가 있다는 대의를 설파 중이라면 일본에서 반도체·에너지 등 현지 업계와 실무적인 사업 협력을 실행하는 주체로 SK재팬이 있다.
SK재팬을 이끄는 윤홍성 대표는 지난 17일 도쿄 지요다구 SK재팬 본사에서 진행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과 경제 협력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열의 역시 매우 뜨겁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표는 2019년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관리 재검토 조치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제품 등 핵심 품목의 수출이 막혔던 당시 SK하이닉스 일본 지사에서 구매 책임자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한일 경제 협력 역사에서도 가장 엄혹한 시절을 온몸으로 겪은 셈이다.
그는 당시 아베 신조 정권의 서슬은 시퍼랬지만 일본 업계의 분위기는 어떻게든 한국으로 우회 수출로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우호적인 면모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허가가 지연되고 있었지만,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초고순도 불화수소의 세계 최대 공급 업체들이 한국과 수십 년 된 원료 공급 관계를 바탕으로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끌어냈고, 일부 일본 소재업체에도 타격을 줬다.
윤 대표는 "정치 논리로 경제에 접근했을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을 양국이 알게 된 계기"라며 이 사건의 학습 효과로 향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나아가 한일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미중 간 패권 경쟁과 경제 블록화가 심화하는 현재 국제 정세에서 한국도 일본도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표는 "일본은 원자재 공급력이나 지식재산권(IP)에서 우위를 가진 나라라면 한국은 완제품 양산이 특화된 구조로, 한국은 일본이 1980년대 이후 손을 뗀 양산 기술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이 이러한 특성을 조합한다면 글로벌 경제 블록화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국가 핵심 경쟁력으로도 꼽히는 반도체 산업에서 타국과 손잡았을 경우의 경제 안보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술 유출 등이 쉽사리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공정 기술 측면에서는 생산 레시피가 본사에서 공장 기계로 바로 들어가는 시스템이며 직원 한두명이 기술을 가지고 나간다고 다른 공장에서 양산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인력 개입을 최소화하는 완전 자동화 공장인 '다크팩토리'가 진척되는 상황에서 우려는 더욱 작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일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점점 강해지는 일본의 자국 산업 보호 규제를 꼽았다.
그는 "일본에는 다양한 협력을 함께 고민하고 싶은 매력적인 기업들이 많지만, 일본 정부가 최근 외국기업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법을 통과시키는 등 여건이 점차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양국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서 한일 경제 협력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기 쉬워지고 경제 협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기업인들이 가격이 약간 저렴해졌다고 오랜 기간 거래하던 상대를 쉽사리 바꾸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장기적인 신뢰 관계가 구축되면 협력을 이어가기 좋은 사업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SK와 관련한 기사가 현지 언론에 나오면 관련 기업들의 문의가 빗발친다며 한일 경제 협력은 비단 한국만의 관심사가 아닌 일본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는 사안이라고 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일본 반도체 공장 건립,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SK그룹의 실질적인 일본 내 사업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행 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두고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반도체 공장,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서는 전력, 용수,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회수할만한 강력한 수요가 확실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은 일본도 여느 나라에서와 마찬가지여서 단시일에 결론을 내리기 힘든 치밀한 계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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