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땐 이란이, 페제시키안 땐 미국이…유엔총회서도 신경전

(뉴욕=연합뉴스) 임수정 특파원 = 전쟁 중인 미국과 이란이 세계 정상들이 모인 유엔 총회에서도 상대국 정상의 연설 때 대표단이 퇴장하면서 첨예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한 지 수 분 만에 회의장에 있던 미국 대표부가 퇴장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테러의 희생자"라며 "나는 우리의 존경받는 최고지도자가 어떠한 법적 근거나 명분도 없이 암살당한 조국 이란에서 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는 단지 스스로를 방어했을 뿐이며,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를 공격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와 150여 명의 초등학생 사진을 들어 올려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초반 맹공에 미국 대표부 직원은 항의성으로 회의장을 빠져나왔으며, 유엔 측 실시간 중계 화면에도 이 같은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때는 반대로 이란 대표단이 대거 총회장을 빠져나갔다. 당시 총회장에는 이란 측 실무 직원 1명만 남아서 굳은 얼굴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이틀에 걸쳐 상대국 정상의 연설 때 잇따라 자리를 뜨는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을 향해 '합의'와 '전멸' 중 하나를 택하라며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섰으며 "중동의 불량배"로 지칭하기도 했다.

다만, 양국 대표단이 유엔총회장에서 갈등을 그대로 표출한 것과 달리 장외에서는 외교적 접촉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란과의 회담이) 아주 잘 됐다"며 "세 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측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나섰다. 이란 측에서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협상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했으며,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추가 회담이 예정돼 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합의하는 게 이란 측에도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 역시 이날 연설 막바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며 협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우리를 위협하는 이들은 우리가 힘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대화와 외교, 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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