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안정 의지 확인" 평가하면서도 "합의 이행 여부가 진정한 시험대"
中 '이란 지원' 가능성도 관계 변수로 꼽혀…"美 불만 갈수록 커질 것"
中 '대만 독립 반대' 요구에 주목…"中, 美입장 바꾸려해" "대만 사기 저하 목표"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충돌을 막아온 '취약한 휴전'을 연장하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양국 정상이 관계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성과지만, 무역과 인공지능(AI), 대만, 이란 등 핵심 현안에는 여전히 상당한 이견이 남아 있어 현재의 안정세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5일(현지시간) 미 컨설팅사 아시아그룹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가을부터 양국 사이에 이어져 온 '취약한 휴전'을 연장하려는 것이며, 그런 기준에서 이번 방문은 성공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언론 논평을 통해 "대화는 유용하지만 근본적 갈등이 해결된 척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판다는 귀엽지만, 미국에 필요한 것은 희토류 자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세 인하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및 보잉 항공기 주문, 희토류 수출 등 앞선 합의와 이번 회담에서 도출된 합의의 이행 여부가 향후 양국 관계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토머스 크리스텐슨 컬럼비아대 교수 역시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좌담회에서 이번 회담과 관련해 "일종의 휴전 상태로 보며, 상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무역 휴전이 1월 10일까지 두 달 더 연장됐음에도 "1년 후를 내다보면 경제 분야를 포함해 양국 관계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두 정상이 관계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는 평가도 있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드가드 케이건 CSIS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보여준 이례적인 수준의 환대와 의전에 주목하면서 "단순한 휴전을 넘어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중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AI 역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이 모색됐지만 전략적 경쟁 자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중 양측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AI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서로에게 알리고 소통하기 위한 AI 핫라인 구축을 논의해왔다.
크리튼브링크 전 차관보는 이런 시도 자체는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존의 양국 간 핫라인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번에도 아마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번 정상회담이 AI를 둘러싼 양측의 경쟁 본능을 억제하는 데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AI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이자 전략 기술로 여기며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경쟁 구도 자체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리지 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분석센터 연구원은 "AI 거버넌스 문제에서 대타협은 차치하고라도 어떤 돌파구도 보이지 않았다"며 "양측 모두 광범위한 AI 경쟁에서 상대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간 요구를 내놨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니 린 CSIS 중국 담당 국장은 지난 5월 정상회담 때와 비교하면 "중요한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5월 시 주석이 미국이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안 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만 독립 반대'라는 구체적인 요구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입장이 보다 강경해졌다는 것이다.
린 국장은 중국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입장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대만 독립에 대한 미국의 공식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에서 '반대한다'로 바꾸는 것이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일 모리스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베이징은 '반대'가 이미 확립된 미국의 입장이며 워싱턴이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인상을 주려 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미국이 대만에 대한 오랜 입장을 재확인하고 중국의 이런 프레임에 반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중국이 군사적 압박 캠페인이나 미국과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대만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 주된 목표라며 "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대만의 사기를 꺾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1년 정도 내에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 역시 미중 관계의 또 다른 마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크리튼브링크 전 차관보는 "시 주석이 중국의 오랜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본다"면서 "중국의 입장이 특별히 강경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 문제도 향후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이란에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시 주석이 미국의 '(대이란) 최대 압박' 캠페인에 동참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도 중국이 오히려 이란의 대미 재래식 억지력 재건과 경제 회복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이들 문제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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