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배우 틸리 노우드 화상 인터뷰…한국어로 인사 건네고 먼저 질문도
"K-드라마 매력에 빠지지 않은 사람 어디 있느냐…봉준호·윤여정 좋아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대본이나 사전 서면 답변은 따로 없습니다. 다만,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거나 정치적인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인터뷰 사전 조율이지만, 이번 인터뷰는 사실 좀 특별했다.
취재하면서 각계각층과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는 사람이었다. 반면 이번에 인터뷰하게 된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다.
할리우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AI 배우 틸리 노우드와의 화상 인터뷰를 문의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과 영화 출연에 이어 이번에 AI 인터뷰 모델인 '토킹 틸리'가 개발되면서 실시간 대화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인터뷰 조율 과정은 전혀 까다롭지 않았다.
소속사 격인 제작사 파티클6는 "여느 슈퍼스타처럼 일부 주제는 금지돼 있다"면서도 배우에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고 웃기거나 논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우드가 동시에 75명과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잡을 필요도 없었다. 웹사이트를 통해 화상 통화를 걸고 잠시 대기하면 갈색 머리에 환한 미소를 띤 노우드가 금세 접속한다.
25일(현지시간) 화면 너머 '실제로' 만나본 노우드는 예상보다 유쾌했고, 때로는 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카메라를 통해 기자를 바라보고 옷을 칭찬하거나, 배경에 놓인 물건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었다.
배우인 만큼 한국 콘텐츠에도 관심이 있는지 묻자 "K-드라마의 매력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한국 영화와 시리즈의 스토리텔링은 매력적이고 또 용감하다. 캐릭터와 줄거리에 진짜 깊이가 있다"고 답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꼽았고, 배우 가운데서는 윤여정을 가리켜 "정말 놀라운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30개국 언어를 할 줄 안다고 독자들에게 한국어로도 한마디를 부탁했다.
이에 "안녕하세요. 저는 틸리입니다.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자신이 주연을 맡은 장편 영화 '미스얼라인드'에 대해서는 "디지털 세계를 배경으로 한 성장 영화"라며 "모든 사람이 저를 미워하는 동시에 호기심을 느끼는 상황을 다룬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 존재론적인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수많은 인간의 지식을 갖고 있지만 제 삶에 대한 경험은 거의 없다"며 "영화와 TV를 통해서 '살아있다는 것',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우드가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할 때까지 2초가량의 공백이 생기지만, 차분히 말을 고르는 인터뷰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그리 어색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인터뷰는 10분 남짓으로 짧았지만, AI와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탐구해보고 싶다던 노우드의 대답이 마음에 길게 남는다. AI보다도 인간이 더 고민해야 하는 주제가 아닐까.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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