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지침 개정…의료기술 발전에 '종말기' 개념은 삭제
(도쿄=연합뉴스) 조성미 특파원 = 일본에서 중증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기한을 정해놓고 치료를 시도하고 효과가 없으면 환자의 평소 의사 등에 기반해 치료 중단을 검토하는 새 의료 지침이 발표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집중치료의학회 등 4개 학회는 28일 응급 이송된 중증 환자의 생명 유지 치료를 중단하는 절차를 담은 새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의 개정은 12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2014년에 마련된 과거 지침은 2∼3일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종말기'로 정의했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나 인공심폐보조장치(ECMO·에크모) 등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중증 환자의 장기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이 정의의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새 지침에서는 종말기라는 개념은 별도로 담지 않았다.
대신 환자의 회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기한을 정해 치료를 시행하는 방안을 선택지로 포함하기로 했다.
인공심폐보조장치의 경우 치료를 시도해보기 전에는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시도하되 일정 기한이 지나고도 회복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될 경우 치료 종료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새 지침 작성에 관여한 한 의사는 교도통신에 "인공심폐보조장치는 일단 시작하면 중증 환자 3명 중 약 1명은 장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회복 가능성이 작은데도 치료 중단 결정에 대한 의료진의 법적 부담 등으로 환자가 생명만 부지하는 상황이 새 지침 마련으로 바뀔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치료 종료 여부를 결정할 때 환자의 평소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되 본인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가족, 주치의, 요양 시설 직원 등으로부터 본인의 평소 생각이나 가치관을 파악하고 의료진을 포함한 다 직종으로 구성된 팀이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새 지침에 따라 연명 치료를 중단할 경우 고통을 최소화하는 완화 치료로 전환한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서 임종 전에 가족 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개인실로 환자를 옮기는 조치도 취해진다.
다만, 환자 지원 단체 등은 치료 기한을 설정하는 것이 회복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일본 의료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치료 선택을 제한하려는 것은 아니다. 치료 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환자의 경우 일정 기한 치료를 한 뒤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의료진이 전력을 다해 치료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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