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강수지 기자 = 최근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신용평가는 자금조달 비용보다 대출 부실 등 건전성이 업계의 신용등급을 가를 것으로 29일 전망했다.
과거 금리 급등기보다 이자 비용 충격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빚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며 건전성 위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금 조달 여건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카드·캐피탈사가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신규 채권 발행 금리도 이미 기존 금리를 넘어섰다.
전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4.1%를 넘어서며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도 4.4%에 가까워졌다. 고유가 상황에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정적자 우려 등이 미국채 금리 상승세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신평의 채영서 수석 연구원은 이날 '다시 찾아온 금리 상승기, 시험대에 오른 여전업 대응능력' 보고서에서 과거 2022년 금리 상승기처럼 시장이 발작을 일으킬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한다.
채 연구원은 "과거 저금리 시기에 발행한 채권 상당수가 이미 차환됐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조달된 부채가 만기도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다"며 "향후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하는 시나리오 하에서도 평균 조달 비용의 증가 폭이 과거 금리 상승기의 40∼6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달 비용 측면의 충격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문제는 고객들이 돈을 갚지 못해 발생하는 건전성 악화다. 올해 상반기 캐피탈 업계 전반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은 2.6%로 작년 말보다 올랐고, 고정이하여신(떼일 위기에 처한 돈) 역시 늘었다.
그동안 카드·캐피탈사들은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지우거나 헐값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억지로 연체율을 낮춰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부실채권 정리 규모가 줄어들자 감춰졌던 민낯이 지표로 다시 드러난 것이다. 부실채권을 계속 팔아치워 연체율을 방어하려 해도, 결국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회사의 이익을 크게 갉아먹게 된다.
타격은 업체별로 갈릴 전망이다. 대형 카드사나 AA급 우량 캐피탈사는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부실을 버틸 체력이 있다. 투자자들도 여전히 이들의 채권을 찾고 있어 자금 융통도 수월한 편이다.
반면, 신용도가 낮은 A급 이하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자금 조달 시 이자 부담이 훨씬 클 뿐만 아니라, 부동산 PF 부실 우려까지 겹쳐 대출 건전성마저 가장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조달 비용 상승과 부실 폭탄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채 연구원은 "이번 금리 상승기의 핵심 부담은 업권 공통의 조달 충격보다 위험자산의 질과 기존·신규 부실에 대한 관리 능력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결국 신규 부실 발생 규모와 부실채권 정리 속도, 대손비용 관리 능력이 향후 업체별 실적 및 신용도 차별화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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