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1천476명 시작으로 5천명 계획…"미얀마군에 강제 징집될 우려"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얀마 난민의 본국 송환을 추진해온 말레이시아 정부가 1차로 1천500명 가까운 난민을 미얀마로 보내자 이들이 현지에서 생명 등의 위협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께 말레이시아 말레이반도 서부 페락주 루뭇 해군기지에서 미얀마 난민들을 태운 미얀마 해군 군함 3척이 출발했다.
말레이시아 내무부는 성명에서 "미얀마 정부가 공식 외교 서한을 통해 제출한 명단을 바탕으로 1천476명이 송환 프로그램의 1단계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미얀마로 송환되는 난민은 8∼60세 남성 1천370명과 여성 79명, 7세 이하 소년 20명과 소녀 7명이다.
내무부는 이들이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안전하게 미얀마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정부가 법 집행, 송환, 더 체계적인 관리·데이터 수집을 통해 비정규 이민·미등록 외국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얀마에서 인접국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 이주민으로 간주돼 탄압받는 로힝야족 난민이 이번 송환에 몇 명이나 포함됐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 등록된 난민·망명 신청자 약 21만5천600여명이 머무르고 있으며, 이 중 약 58%인 12만6천여명은 로힝야족으로 동남아 최대의 난민 공동체 중 하나를 형성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번을 시작으로 총 5천 명의 미얀마 출신 난민을 돌려보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민 구금 시설에 수용된 미얀마 국적자 1만388명의 신원·체류 자격 등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확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후속 송환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이달 중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미얀마가 로힝야족 난민의 송환을 받아들이면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 방문하도록 공식 초청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많이 사는 미얀마에서 오랫동안 탄압받아왔으며, 2017년 이후 미얀마 정부군의 대규모 소탕 작전을 피해 무슬림 국가인 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 등지로 피난했다.
하지만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로힝야족 난민에 관한 가짜뉴스 확산 등으로 인해 이들을 배척하는 움직임이 커지자 정부도 미얀마 난민 송환에 나서게 됐다.
이와 관련해 내무부는 "이 오랜 (난민) 문제는 국가에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고 심각한 사회적 위기를 초래했으며, 말레이시아 국민에게 실질적인 안보 위협을 가해왔다"고 밝혔다.
반면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고 미얀마 현지 상황이 안전과 거리가 멀다면서 말레이시아 정부에 송환 절차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은 극심한 인권 침해와 유린이 자행되고 귀환 시 또다시 잔혹한 폭력의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나라로 사람들을 강제로 돌려보낼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생명의 위협을 느껴 미얀마에서 탈출한 수십만 명은 보호받아야 하며, 해외에서 망명과 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 그들의 기본적 인권 또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 내 미얀마 난민 관계자인 제임스 바위 탕 빅도 로이터 통신에 송환되는 이들이 미얀마 정부군에 강제 징집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제임스는 "우리는 그들이 무력충돌의 최전선에서 싸우도록 강요받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면서 "많은 이들에게 이는 고국으로 돌아가 사형 선고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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