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추가 상승' 불안도 최근 발행 요인으로 작용"

(서울=연합뉴스) 강수지 기자 = 4분기 첫 주부터 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수요예측마다 모집액을 웃도는 주문이 몰리고 있다. 다만 시장 참가자들의 평가는 신중하다. 추석 연휴 이후 발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예년과 비교해 많은 수준이 아니며, 흥행의 배경도 투자심리 회복보다는 공급 가뭄에 따른 수급 효과에 가깝다는 것이다.
1일 투자은행(IB)과 채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010130](AA0)과 한국금융지주[071050](AA-), JB금융지주[175330](A+) 등 3개 기업이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총 5천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 나선다.
고려아연은 5년물 무보증사채 1천500억원을 발행한다. 이달 중순 만기가 도래하는 1천600억원 규모의 채무를 상환하기 위한 자금이다.
한국금융지주는 3년물 무보증사채 2천500억원을 발행할 예정으로, 다음 달 중순 만기가 돌아오는 3천억원 상당의 기업어음(CP) 상환이 목적이다. 이는 최근 기업들의 자금 조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JB금융지주는 1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한다.
이들 기업은 최근 수요예측 흥행을 바탕으로 증액 가능성도 열어뒀다. 고려아연은 최대 3천억원, 한국금융지주는 최대 5천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수요예측에 나선 SK(AA+)와 현대트랜시스(AA-)는 각각 1천500억원 모집에 7천200억원, 7천5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모집예정액의 5배 가까운 수요다. SK는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발행 규모를 2천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추석 연휴 직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연휴 기간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달 예정된 회사채 수요예측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주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들이 모집 예정액을 크게 웃도는 수요를 확인하면서 발행 일정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흥행의 원인을 '물량 공백'에서 찾는다. 기관투자자들은 벤치마크를 맞추기 위해 일정 수준의 회사채 등 크레딧물을 편입해야 하는데, 최근 몇 달간 발행 자체가 워낙 적었던 탓에 나오는 물건마다 주문이 몰렸다는 것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수요예측이 잘되는 것은 시장이 좋아졌다기보다 수급적인 요인이 크다"며 "금리가 높은 채권이나 꾸준히 발행되는 종목에는 투자자 수요가 있는 데다, 최근 회사채 발행이 워낙 없었던 만큼 벤치마크를 채우기 위한 매수 수요도 더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 규모 자체도 체감만큼 많지는 않다는 평가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7·8·9월 발행이 워낙 저조했기 때문에 10월이 많아 보이는 것"이라며 "평년 수준과 비교하면 결코 많은 물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연말을 앞두고 조달에 나서는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높은 금리가 있다.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이 발행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거나 다른 조달 수단을 확보한 기업들은 여전히 발행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내년에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조달하자는 판단과 현재 금리가 지나치게 높은 만큼 연초 효과를 기대하며 내년으로 넘기자는 판단이 엇갈리면서 지금의 발행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행 일정은 이달 중순까지 이어진다. 다음 주는 개천절과 한글날 연휴의 영향으로 파라다이스[034230](A+) 한 곳이 수요 예측에 나서고, 이후 증권사와 대기업 지주사 및 계열사 등이 발행을 예정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이런 흐름이 얼마나 이어질지다. 11월에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12월에는 신용평가사의 정기 평가가 예정돼 있어 연말로 갈수록 기업들이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10월에는 발행이 좀 더 나오겠지만, 지금 금리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에 매력적인 시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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