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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열악하고 살 집도 없어"…분노한 유럽 청년들 거리로

입력 2026-10-13 20:15  

"학교 열악하고 살 집도 없어"…분노한 유럽 청년들 거리로
스페인·포르투갈 주택난 시위, 프랑스·벨기에 학생 시위
"우리 미래 도둑맞아"…"쉰 되기 전 부모 떠나 독립하고파"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유럽 전역에서 학교 등 열악한 공공 부문과 주택난,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청년들의 주도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한 학교에서 시작된 고등학생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고 대학생들도 동참하며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면서 국가가 교사와 학교 시설 등 인프라를 확충해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에는 이번 사태가 벌어진 후 학생들과 노조가 주도하는 두 번째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학창시절 기후 시위를 주도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스웨덴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23)는 이날 파리 근교 생드니에서 시위에 동참해 "젊은이들이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래를 도둑맞았다"고 말했다.
앞선 26만명이 참여한 시위가 벌어진 지난 8일 파리 바스티유 광장의 기둥에 학생들이 올라선 모습은 전 세계 시선을 끌어모았고, 이 시위가 더 큰 사회운동으로 확산할지 질문을 던졌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오는 17일에는 생활 물가 및 에너지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별도의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이 시위는 2018년 프랑스에서 몇 달간 이어진 '노란 조끼' 운동의 재연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학생 시위는 벨기에와 이탈리아로도 번졌다.
벨기에의 프랑스어권 중심 도시인 동부 리에주에서는 학생 수백 명이 며칠간 거리를 점거했고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100명 넘게 경찰에 체포됐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12일까지 며칠째 물가 급등과 정부의 긴축적 예산안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P 통신은 많은 시위자가 청년층이었으며 경찰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는 87세 노인 강제 퇴거가 불을 지핀 주택난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사태는 조기 총선까지 촉발했다.
이웃 국가 지난 10일 이웃 국가 포르투갈에서도 주택난 항의가 벌어졌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포르투갈 리스본과 포르투에 수천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면서 "이런 봉급으론 먹고 살 수 없다"고 외쳤고, "50살이 되기 전에 부모님 집에서 나오고 싶다"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 시위를 주도한 소셜미디어 계정은 "치솟는 집값과 생활 물가에 쪼들린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며 "급등하는 연료비, 기본 생활비를 내고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월급으로 한달 버티려고 지칠 때까지 일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각국으로 확산한 이같은 시위의 배경에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의 재정 불안이 깔려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나라에 빚이 늘고 금리가 올라간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 개선과 유지를 위해선 긴축적 재정이 필요해 여론이 요구하는 대로 공공 서비스 부문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처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이어진 고물가도 중동 전쟁까지 맞아 이어지고 있다. 주택은 장기간 공급 부족이 쌓인 가운데 거주가 아닌 관광 상품화나 투자 대상이 되면서 주택난이 위기 수준이 됐다.
더 근본적으로는 고령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후 여러 세대에 걸쳐 운영돼온 유럽의 사회 시스템 자체가 예전처럼 작동되지 않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이 미국 등에 비해 비교적 많은 세금을 걷어 고령층 연금 등 사회복지로 재분배하는 방식을 써왔기 때문이다.
나이얼 퍼거슨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2일 더프리프레스 기고에서 "유럽 청년들이 거리로 나와 학교와 주택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들의 시위 대상은 그들의 조부모를 위해 만들어져 운영돼온 시스템 자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재정 압박을 받는 국가들의 어려움은 조세와 복지 제도의 세대간 불균형에 뿌리를 둔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인구가 부양해야 할 고령층이 늘고 청년층 인구 비율은 급감했다며 "이런 국가들은 청년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청년 세대가 과거보다 덜 중요해졌다"고 꼬집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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