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의전화, 국내 첫 여성폭력 피해자 반려동물 동반 입소 쉼터 조성
"피해 상담 9.8%서 반려동물 위협·폭력 확인"…시민들 모금·응원 동참

(서울=연합뉴스) 김세린 기자 = 반려동물에 대한 위협과 학대가 폭력 피해 여성의 탈출을 가로막는 사례가 발생하는 가운데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할 수 있는 여성폭력 피해자 쉼터 조성이 추진된다.
18일 동물보호계에 따르면 한국여성의전화는 내년 설립을 목표로 '여성폭력 피해자 반려동물 동반 입소 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87년 국내 최초로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쉼터를 설립한 단체다.
한국여성의전화와 전국 24개 지부가 지난해 진행한 폭력 피해자 상담 6만3천64건 가운데 9.8%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위협이나 폭력이 확인됐다.
가해자가 반려동물을 해치겠다고 협박하거나 실제로 학대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통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공개한 상담 사례에 따르면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던 여성 A씨는 남자친구 B씨의 폭력과 반려견을 죽이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다 경찰에 신고하고 긴급피난처로 대피했다.
그러나 반려견을 쉼터에 데려갈 수 없어 보호 방법을 알아보던 중 한 마리가 B씨의 학대로 숨졌다. 남은 반려견마저 학대당할 것을 우려한 A씨는 결국 쉼터를 나와 가해자 곁으로 돌아가야 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처럼 반려동물을 보호할 방법이 없어 피해자가 대피를 망설이거나 가해자와의 분리를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쉼터) 63곳 중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할 수 있는 시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반려동물 임시보호를 지원하고 있지만 보호 기간과 이용 가능 지역 등에 제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기존 쉼터의 주거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의 설치 기준은 입소자 1인당 6.6㎡로, 국토교통부가 정한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인 1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쉼터가 다인실 중심으로 운영돼 피해자가 혼자 쉴 수 있는 공간을 갖기 어렵다고 한국여성의전화는 전했다.
또 동반 자녀가 있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등 피해자의 다양한 생활 여건을 기존 시설이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는 새 쉼터에 개인 생활공간을 비롯해 상담·치유·교육·자립 지원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냄새와 오염에 강한 벽지와 바닥재를 사용하고 방음·환기 시설도 갖출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7일부터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에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기부금은 방음·환기 시설을 갖춘 반려동물 동반 개인실 5곳을 조성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 16일 기준 시민 약 4천300명이 참여해 370만원가량이 모였다. 모금은 오는 12월 7일까지 이어진다.
시민들은 모금 페이지에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등의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쉼터는 단순히 폭력을 피해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안전 속에서 다시 일상을 시작하는 곳이어야 한다"며 "피해자가 반려동물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보호시설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athe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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