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삭감·증세 놓고 연정 내 이견…국왕 "사의 수락 여부 며칠간 검토"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막대한 국가부채와 재정 적자에 신음하고 있는 벨기에 정부가 내년 예산 협상까지 난항을 겪으면서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바르트 더베버르 벨기에 총리가 예산 삭감 문제를 둘러싼 밤샘 연립정부 협상에서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하자 2일(현지시간) 벨기에 국왕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벨기에 왕실은 더베버르 총리가 이날 90분간 필립 국왕과 면담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면서, 국왕이 총리의 사퇴 의사를 수락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오는 3일부터 연정 내 다른 정당 지도자들과 해당 사안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왕실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크고,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에서 벨기에는 장기적인 정치적 위기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국왕이 오는 6일 더베버르 총리를 다시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베버르 총리는 지난 몇개월 간 국가 재정 안정을 위해 100억 유로(약 15조원) 규모의 예산 삭감과 증세 등의 방안을 놓고 협의를 추진해 왔지만, 연정 내부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더베버르 총리가 이끄는 우파 민족주의 정당 새플레미시 연대(N-VA)와 자유주의 정당 개혁운동당(MR)은 재정 건전화를 위해 의료 부문을 포함해 큰 폭의 정부 지출 삭감을 추진해온 반면, 사회주의 및 중도 성향의 연정 파트너들은 재원 확보를 위해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립해 왔다.
더베버르 총리는 예산 삭감이 단행되지 않으면 벨기에가 기존 부채의 이자를 갚기 위해 새롭게 빚을 내야 하는 '이자 눈덩이' 지경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연정의 일원인 중도 정당 레장가제 소속의 막심 프레보 부총리는 더베버르 총리와 국왕의 면담 직후 부유층 증세를 다시 요구하면서 연정 구성 정당들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예산 논의를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야당과 노동조합, 경제 단체들도 예산 위기를 피하기 위해 협상이 재개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더베버르 총리의 사의가 끝내 수용될 경우 필립 국왕은 다른 정당들에 새 연정 구성을 요청하거나 조기 총선 실시를 선언할 수 있다.
벨기에는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최상위의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를 떠안고 있다. 벨기에의 공공부채는 현재 7천200억 유로(약 1천64조원)에 달해 유럽연합(EU) 내에서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에 이어 4번째로 높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도 약 110%로 EU 평균인 82.9%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고, 재정적자 규모도 GDP 대비 5.3%로, EU의 권고치인 3%를 훌쩍 넘는 유로존 최고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4.4%를 넘나들며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또한, 혹독한 긴축 조치 예고에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웃 나라 프랑스처럼 노동자와 학생들의 시위가 분출할 조짐을 보이는 등 사회 불안이 커지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