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극우 "외국 개입·물가 상승이 패인"
'트럼프 옹호했다가 지지율 타격 입을라' 우려…스페인 극우 "남의 나라 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유럽 극우 정치인들이 미국 민주당이 승리한 중간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상당수 극우 정치인이 2024년 11월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내세우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직접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전환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러 지도자급 인사가 공화당의 패배를 미국의 대이란 전쟁 및 생활비 급등과 연계해서 분석, 평가했다.
유럽 극우 세력도 자국 우선주의와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만큼 외국 전쟁 개입에 반대하는 입장인 데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올라가면서 유럽 전역에 생활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극우당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트럼프 2기는 철학과 외교정책 측면에서 1기와 상당히 다르다"며 "1기 때 그의 정치적 야심은 미국을 주요 국제 분쟁에서 떨어뜨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과 관련한 미국의 개입은 미 경제뿐 아니라 유럽 경제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며 "유가 상승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구매력에 있어 특히 그렇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열악한 공공부문과 생활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한달간 이어지고 있다. 내년 봄 대선에서는 RN의 마린 르펜의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독일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뉴스매체 T온라인에 "트럼프는 미국 유권자들에게 개입적인 대외 정책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약속이 깨지면서 공화당을 괴롭히는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극우당 동맹의 대표인 마테로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교통부 장관은 "미국의 선거 결과는 무엇보다도 전쟁, 국제적 긴장, 가계에 정면 타격을 가하는 생활물가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번 선거가 분쟁 종식과 평화 회복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국 극우 영국복원당의 루퍼트 로 대표도 이란을 공격하기로 한 결정은 "재앙과도 같은 실수였다"며 이것이 미 공화당 패배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초기에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했던 유럽 극우 지도자들은 대서양 관세 갈등이 빚어지고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유럽 유권자 민심이 악화하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유럽 극우 정당 지지율에 타격을 우려해서다.
정치리스크 자문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무지타바 라흐만은 유럽 극우 지도자들은 '기득권층에 맞선다'는 트럼프주의의 이념·성향적 모멘텀으로부터 이득을 취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국제적 혼란과 경제 악영향으로부터는 거리를 둬 비판을 피하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및 마가(MAGA)와 관계를 과시해 왔던 스페인 극우 복스당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는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나오고 나서는 취재진에게 "나는 미시간이 아니라 스페인이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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