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우리가 온라인 강의 들으려고 등록금 400만원 냈습니까"···대학생들 '멘붕', 교수들 '온라인 강의' 제작에 진땀

입력 2020-03-10 16:13   수정 2020-03-12 11:04

[현장이슈] "우리가 온라인 강의 들으려고 등록금 400만원 냈습니까"···대학생들 '멘붕', 교수들 '온라인 강의' 제작에 진땀


- 대학생들 “온라인으로 현장 강의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나 온라인 강의 신뢰 부족…등록금 환불 목소리 높아져




- 미대 조소과 모 교수 “실기 수업은 어떡하나현장 강의 익숙한 교수진도 난처 

[캠퍼스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개강을 일주일 앞둔 지금, 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느라 분주하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대학 대부분이 정부 권고에 따라 개강을 1~2주 연기했다. 교육부는 개강 이후에도 2주간은 단체 수업을 자제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국민대와 성균관대 등은 개강 후 4주간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한다고 공지했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은 개강 후 2주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변경된 학사 일정


 

 개강 연기

 종강 연기

 시험 일정

 고려대

 2주(3/16)

 1주(6/26)

 중간2주, 기말1주 연기

 서강대

 2주(3/16)

 중간시험기간 별도로 없음

 변동 없음

 서울대

 2주(3/16)

 추후 공지

 추후 공지

 연세대

 2주(3/16)

 1주(6/26)

 중간2주, 기말1주 연기

 이화여대

 2주(3/16)

 1주(6/26)

 중간1주, 기말1주 연기

 중앙대

 2주(3/16)

 1주(6/26)

 중간2주, 기말1주 연기

 한국외대

 2주(3/16)

 1주(6/26)

 중간2주, 기말1주 연기

 한양대

 2주(3/16)

 변동 없음

 변동 없


각 대학은 강의 녹음, 실시간 화상 강의, 사전 녹화 등의 대안을 제시하면 교수가 강의 방식을 선택해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고려대, 동국대 등의 서울 소재 대학들은 온라인 강의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 활용’에 대한 워크샵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교수님들의 강의가 온라인으로 잘 전달이 될지 모르겠다”, “전교생을 감당할만한 강의 인프라가 교내에 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외대 에브리타임 캡처.

실제 한국외대에서는 스카이프, WebEx 등으로 진행한 시범 강의,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이 우려하던 불만이 확인됐다.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음질, 영상 품질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회화, 토론 위주로 진행되던 수업 방식에 교수들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모 대학의 언어학부 교수는 “회화 수업은 한 강의가 학생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수업인데, 2주 간의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난감하다. 커리큘럼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가 조사한 ‘중국인 유학생 1천명 이상인 17개 대학의 온라인 동영상 강의 운영 실태’에 따르면 17개 대학 가운데 지난해 온라인 강의 비중이 5%를 넘는 곳이 없었다. 경희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양대,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 홍익대, 한국외대 등의 서울 주요 대학 대부분은 1% 미만의 온라인 강의 비중을 보였다. 한교협에 따르면 이 대학 중 온라인 강의 비중이 2%가 넘은 곳은 건국대, 성균관대, 홍익대 세 곳에 불과했다. 

이봉규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충분한 준비 없이 비대면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게 됐을 때 교육의 질 저하, 학교 서버 용량에 따른 과부하 등이 걱정된다”며 “실습이 필요한 간호대나 예·체능 계열의 과목 등을 보충할 기반도 없다”고 말했다. 



△동국대 원격 강의 시범.(사진 제공=동국대)

제한 시간 일주일, 자체 플랫폼VS외부 플랫폼 이용으로 온라인 강의 선택 갈려

성균관대의 경우 내달 3일까지 총 4주분의 온라인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균관대는 자체 온라인 수업 플랫폼인 ‘아이캠퍼스(i-Campus)’를 활용해 이미 1주 차 수업의 녹화를 마쳤다. 교내 스튜디오 촬영, 강의실 녹화시스템 등을 이용해 영상으로 강의를 제공한다. 성균관대 홍보팀은 “온라인 강의로도 양질의 강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내부 인프라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아주대 역시 자체 온라인 강의 시스템인 ‘이러닝 캠퍼스’, ‘아주 Bb에서 2주간 온라인 강의를 실시한다. 단국대 측은 개강 후 열릴 5500개의 강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자 외부 클라우드도 추가로 마련했다.  

자체 온라인 강의 시스템이 없는 고려대, 연세대, 한국외대, 홍익대 등은 E-class나 블랙보드 등의 기존 교내 서버에 영상 강의를 업로드하는 방식을 비롯해 유튜브, ZOOM, 스카이프와 같은 외부 플랫폼의 도입도 허용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 도입이 낯선 교수진과 학생들을 위해 별도로 안내문을 배포하고, 고려대, 동국대 등은 워크샵을 통해 온라인 강의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교수진들의 지원에 나섰다. 

한편 실기, 실습이 불가피한 학과는 예정된 온라인 강의 일정이 끝난 이후 보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부득이한 경우 종강 후에 별도로 실습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학과의 경우 학생과 교수의 합의에 따라 강의실을 마련해 실기 수업을 진행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외부 관광객을 통제 중인 이화여대.(사진 제공=한경DB)


대학생들 “저희도 온라인 강의가 낯설어요” 교수마다 강의 방식도 통일 안돼 혼란

한국외대에 재학 중인 3학년 이 모(24)씨는 E-class에 업로드된 강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교수마다 온라인 강의 진행 방식이 다른 탓이다. 이 씨는 “어떤 교수님은 음성 파일을 올리고 어떤 교수님은 영상 파일을 올리셨다. 원래 인터넷 강의가 많이 없어서 교수님들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혼란스럽다”며 “아직 강의에 대한 공지가 올라오지 않은 수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신입생 조 모(20)씨는 “처음 배우는 언어인데 발음 교정도 하지 못한 채 진도를 나가야 한다”며 “첫 수업을 이렇게 들으면 이후의 수업을 어떻게 따라가야 할지 걱정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서울시립대 미술 전공 4학년 김 모(25)씨도 마찬가지였다. 김 씨는 “당장 개강이 다음 주인데 학교 측에서는 아직 회의 중이다”며 “실기가 있는 과목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공지된 바가 없다. 실시간으로 교수님과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아니면 효과가 크게 없을 것 같다. 원래 온라인 강의가 잘 없어 학생들도 어떻게 들어야 할지 걱정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중앙대 김 모(23)씨는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겠다고 하는 교수님들도 있다. 기존 온라인 강의에서도 부정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이런 대규모 온라인 강의에서 어떻게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김 씨는 “학생들과 교수님 모두가 온라인 강의를 성실하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학교 측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들 “온라인 강의로 학생들 지도 잘 될까” 염려

모 대학의 중국어학부 교수는 “중국어는 읽기 연습이 중요한 과목이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게 되면 읽기, 듣기에 대한 연습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강의가 낯설기는 하지만 영상을 찍고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이 교수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다만 학생들에게 어떤 과제를 줘야 실제 수업만큼의 효율을 낼지가 고민스럽다”고 답했다. 

또 한 대학의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는 “각 학생이 작품을 제출하면 그에 따라 진행하는 쌍방향 수업을 온라인과 같은 일방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수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졸업 전시를 앞둔 학생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외에도 의대, 체대와 같이 실기가 주로 이루어지는 수업을 맡은 교수진 역시 “학교와 학생의 목소리를 동시에 수용해야 해서 힘들다”, “2주 동안은 학교와 협의를 해서 별도로 현장 수업을 진행할 방침”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청와대 국민 청원 캡처.


“온라인 강의 들으려 등록금 400만원 냈나”, 거세지는 항의에 대학 진땀

2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글이 올라왔다. 10일 오후 6시 기준 약 6만 9000명의 학생들이 동의했다. 대학교 개강 연기로 인한 학기 단축, 온라인 강의로 인한 학습의 질 저하 등이 그 이유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의무를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에 “학점당 15시간의 수업 시수를 준수한다면 규정상 환불의 의무는 없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대학 온라인 수업을 지원하기 위해 ‘원격교육운영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원격교육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측에서는 본래 대국민 서비스로 진행되던 KOCW(대학공개강의서비스)를 교내 학습관리 시스템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테마강의 서비스를 통해 한국에 머무는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강좌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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