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은 기술 아닌 시장서…소통·협력·혁신하라"

입력 2013-03-21 15:30  

[한경 BIZ School]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1) 5G 시대의 新 경쟁 전략

2020년께 중국 리더십 부상…독자 경쟁력 갖춰야 생존
새로운 기술 개발보다는 다가오는 변화를 관찰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게 중요
"中은 우리 시장" 생각해야…경쟁력 있는 상품 만들어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났고, 11년 뒤인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죠. 다시 11년 뒤인 2019년에는 어떤 일이 있을까요. 아마 상당한 위기가 또 찾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 봄학기 첫 강의 ‘5G 시대의 신 경쟁 전략’이 진행된 지난 12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 상남경영원. 첫 강의를 맡은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의사 결정권자가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된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2019년은 중국이 톈안먼 사태 30주년을 맞는 해다. 박 학장은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환경이나 자원 등 갖가지 문제가 2019년을 전후해 터져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짐에 따라 중국발(發) 위기가 전 세계를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바로 옆 나라인 한국에 피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우선 중국 기업들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기술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아직 중국을 한 수 아래라고 내려다보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앞으로 2~3년이면 상황이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20년께 선진국으로

박 학장은 이어 2020년 한국의 청사진을 강의실 화면에 띄웠다. 1997년까지는 1차 국제화의 시기.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린 기업이 속속 등장하던 기간이다. 다음 2004년까지는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기, 2008년까지는 반도체, 조선 등에서 ‘글로벌 넘버1’ 제품이 등장한 2차 국제화의 시기다.

“세계 경제가 이번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2020년까지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유지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외환위기를 먼저 겪어 생긴 경쟁력이 지금도 도움이 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죠.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 20개, 아모레퍼시픽 같은 아시아 선도 기업 50개 정도는 생길 것으로 봅니다.”

◆중국의 리더십 부상

2020년까지 글로벌 리더십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박 학장은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2년까지가 글로벌 리더십의 변화기, 2017년까지는 춘추전국시대, 2022년까지는 글로벌 리더십의 이동기 등 5년 단위로 구분했다.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리더십을 잃은 반면, 한국의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GE나 GM 같은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위기에 적응하고 변화한 모습으로 세계 시장에 돌아올 겁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미국과 유럽 기업 간 거대한 M&A가 나타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 중국이나 인도의 기업들도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2017년까지는 누가 글로벌 리더인가를 두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독자적인 경쟁력 없으면 도태

강의실 화면에 영화 ‘2012’의 한 장면이 올라왔다. ‘2012’는 지진, 화산 폭발, 거대한 해일 등 각종 자연 재해들이 2012년에 발생하며 인류 멸망의 위기가 온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노아의 방주’와 비슷한 큰 배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등장하는데, 중국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합니다. 그리고 그 배에는 전문가, 권력자, 부자 등 세 그룹만 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그 시대에선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처럼 글로벌 리더십의 춘추전국시대는 ‘자원’과 ‘인구’라는 무기로 무장한 중국이 강자로 부상하면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박 학장은 전망했다. 세계 500대 기업을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녹색 거품’에 대비하라

박 학장은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시기를 해석하고 접근하는 관점으로 다섯 개의 ‘G’를 제시했다. 세계화(Globalization), 녹색(Green), 자원(Gold), 경쟁력을 갖춘 기업(Giant), 그룹(Group) 등 ‘5G’의 시대가 될 것이란 제언이다.

“우선 국제화, 세계화는 이미 1990년대부터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가 간 장벽은 낮아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 모든 장소에서 모든 상대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죠. 또 FTA는 국가 간 장벽을 계속 낮추고 있습니다. 여태까지는 나 혼자 열심히 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나’가 아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의 G는 그린, 즉 환경에 대한 문제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베스트셀러 <세계는 평평하다>의 원 제목은 ‘뜨겁고 평평하고 사람이 밀집한(hot, flat, crowded)’이다. 프리드먼은 온난화와 인구 증가라는 지구의 위기를 ‘녹색 혁명’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녹색을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최근 세계 경제 호황기를 잘 살펴보면 1990년대 말에는 정보기술(IT) 거품, 2000년대 중반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택 거품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직전에는 원자재 거품이 세계 경제를 지탱했죠. 현재의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또 거품이 발생할 텐데, 저는 녹색성장 거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을 개척하는 게 신성장동력”

“세 번째 G는 자원입니다. G로 맞추다 보니 금(Gold)이라고 표기했습니다만 양해를 부탁드립니다(웃음). 석유나 가스 같은 자원의 문제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도 중요한 관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중국이 힘을 가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자원입니다. 한창 붐이 일고 있는 셰일가스 매장량도 엄청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 번째 G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박 학장은 세 가지 종류의 거인(Giant)들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거인을 다시 그레이트(great) 자이언트, 히든(hidden) 자이언트, 이머징(emerging) 자이언트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GE나 삼성전자 같은 규모를 가진 강자가 첫 번째 종류죠. 특정한 상품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세계의 중심에 선 히든 챔피언들이 두 번째입니다. 마지막은 제조업의 중국, 서비스의 인도 등 이머징 국가의 기업들입니다.”

마지막 G는 그룹이다. 한국은 이미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중국은 노령화가 이제 시작되는 단계다. 노년층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기업들은 언제나 신성장동력이 무엇인가를 두고 고민하죠. 새로운 기술보다는 다가오는 변화를 적절한 관점을 갖고 관찰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곧 신성장동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중국은 노령화와 함께 도시화로 인해 중산층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신흥국의 중산층은 앞으로 세계의 소비를 주도할 것입니다.”

◆“소통하고, 협력하고, 연결하라”

박 학장은 ‘5G의 시대’를 맞는 기업인이 가져야 할 경쟁 전략으로 소통, 협력, 연결을 꼽았다. 세계 시장과 소통하는 길은 무엇인가, 다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소통과 협력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의 연결(신뢰)은 어떻게 쌓을 것인가 등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캐나다는 바로 옆 나라인 미국을 자기네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중국을 우리의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하고 연결해야 합니다. 한국은 바로 옆에 인구 13억의 중국, 1억3000만의 일본, 5억의 아세안이 있습니다. 20억 시장을 우리 영토라고 인식해야 합니다. 기업의 가장 기본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시장과 소통하고 협력하고 신뢰를 줄 줄 알아야 합니다. 기업인 여러분은 소통과 협력, 연결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혁신을 더해 보십시오. 남들과는 어떻게 다르게 혁신적으로 소통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른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계속 하다 보면 5G시대를 개척하는 길이 보일 것입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강의 =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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