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아래에선 보이지 않는 공중도시…잉카의 숨결이 느껴진다

입력 2013-05-05 18:23   수정 2013-05-06 00:00

안데스의 젖줄 우루밤바강
옥수수·감자·고추의 원산지

400년간 발견 되지 않았던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
찬란했던 잉카 문명의 증거물
섬세한 벽돌 디자인 장관



페루 남부의 해발 3400m에 있는 도시 쿠스코. 공항에 내리자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해본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하루 이틀 정도는 두통과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겪는다는 고산증. 잉카의 땅을 밟으려면 이 정도는 견뎌내야 한다. 관광안내소 옆 테이블에 말린 코카나무 잎사귀 한 바구니가 보인다. 고산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말에 한 움큼 집어 씹는다.

공항을 빠져나와 버스를 탄다. 버스는 옛 잉카의 수도 쿠스코를 벗어나 바로 마추픽추로 향한다. 고도가 낮은 마추픽추(2280m)로 먼저 갔다가 쿠스코로 돌아올 것이라고 가이드가 말한다. 관광객들을 보다 높은 고도에 적응시키기 위해서다. 마추픽추 여행은 ‘공중도시’답게 이처럼 고산증의 공포와 함께 시작했다.

○안데스의 생명 ‘성스러운 계곡’

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리자 멀리 하얀 구름 아래 눈 덮인 만년설 봉우리들이 보인다. 그 앞으로 깊은 계곡에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펼쳐져 있다. 그 옆으로 안데스의 젖줄인 우루밤바강이 흐른다. 쿠스코를 중심으로 약 50㎞ 반경 안에 있는 우루밤바강 유역을 성스러운 계곡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수천년 전부터 남아메리카 농업의 중심지였다. 옥수수, 감자, 고추의 원산지가 이곳이다. 옛 페루사람들이 이곳을 신성시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구릉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차가 달린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안데스산맥의 풍경을 바라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잠시 후 잉카 유적지 모라이에 도착한다.

쿠스코로부터 50㎞ 북서쪽에 있는 모라이 유적지의 고도는 해발 3600m. 거대한 원형 계단식 농작지인 이곳은 농작 환경을 연구했던 옛 잉카인의 농업연구소였다. 계단식 농작지는 높이에 따라 크게는 15도의 기온 차이가 난다. 이 큰 온도차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작물을 키울 수 있어 최적의 농작 환경을 연구한 곳으로 추측되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는 옥수수 등 기온이 높은 곳에서 자라는 농작물을 재배했고, 가장 높은 곳에서는 추운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 등을 재배했다고 한다.

이곳은 동심원 형태로 계단식 석재를 쌓아 만들어졌다. 계단식 석벽 옆에는 돌을 돌출시켜 밟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해놨다. 계단을 따라 정교한 관개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고 한다. 주변의 산세와 어우러져 더욱 신비한 모습이다.

인근에는 해발 3400m 계곡에 만들어진 암염 염전인 마라스 염전이 있다. 이 염전은 암염 성분이 섞인 샘물을 계단식 염전에 받아 소금을 생산한다. 잉카 이전 문명의 사람들이 소금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 지금도 옛 방식 그대로 질 좋은 소금을 만들고 있다. 다랑논처럼 염전이 계곡에 펼쳐진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서

쿠스코에서 60㎞ 떨어진 오얀타이탐보는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는 곳이다. 쿠스코까지 찻길이 있지만 기차로 가면 훨씬 시간이 절약된다. 이곳은 또한 유명한 잉카 유적지이기도 하다.

잉카문명은 13세기 초에 시작해 스페인의 침공으로 멸망한 1533년까지 안데스를 중심으로 융성한 고대문명을 이른다. 15세기 잉카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황제는 파차쿠티였다. 그 시기 잉카제국은 북으로는 콜롬비아 남부로부터, 남으로 태평양을 따라 칠레 중부까지 이르렀다. 이 광대한 지역에 살고 있는 수많은 종족은 다양한 방법으로 통합됐다.

잉카제국은 4000㎞에 이르는 도로를 닦았다. 지금 남아 있는 길은 ‘잉카 트레일’로 불린다. 파차쿠티 황제는 오얀타이탐보 지역을 정복한 후 마을을 세우고 의식을 위한 제단을 만들었다. 이곳은 마추픽추가 발견되기 전까지 잉카 최후의 요새로 알려졌다. 스페인군이 쿠스코를 점령할 당시 마지막 항전지였다.

오얀타이탐보에는 산 정상의 요새와 신전, 잉카시대의 옛 골목이 남아 있다. 요새 옆으로 계단식 석축이 이어진다. 신전 유적은 잘 다듬은 거대한 돌로 석축을 세심하게 쌓아 올렸다. 한 치의 틈도 없다. 수십이 넘는 돌들은 건너편 산 위에서 가져온 것이다. 잉카인들은 돌을 자유자재로 다룬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마을 구경을 끝내고 역으로 이동해 기차를 탄다. 잉카 트레인이라 불리는 기찻길은 우루밤바강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다. 3시간쯤 지났을까. 열차 종착역인 아과스칼리엔테스에 도착한다. 흔히 마추픽추 타운이라고도 부르는 온천마을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지그재그 산길 오르기를 20분. 창밖의 경치에 정신없이 감탄하던 사이, 드디어 마추픽추에 도착했다.

○공중도시, 그 위에 서다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자 사진으로만 보던 장면이 그대로 펼쳐졌다. 산봉우리 위에 무수한 석축과 건축물이 자리잡고, 그 옆으로 까마득한 계곡 아래 우루밤바강이 흐른다. 해발 2280m 정상에 자리한 마추픽추는 산 아래에서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어 공중도시라 불린다. 잉카제국 멸망 후 400년 가까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다가 1911년 미국의 역사학자 하이럼 빙엄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가 해발 2800m의 ‘젊은 산’ 와이나픽추, 뒤쪽 봉우리가 3000m의 ‘늙은 산’ 마추픽추다. 도시 양쪽 절벽으로 다른 잉카 유적지처럼 계단식 석축들이 펼쳐져 있다. 도시는 태양의 신전과 콘도르의 신전을 중심으로 주변에 주거지가 배치된 구조다. 이곳에 1000여명이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도시 골목을 걷는다. 벽들은 서로 다른 모양의 돌들이 레고 블록처럼 정교하게 맞춰져 있다. 건물 하나하나 들여다볼수록 디자인과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태양의 신전은 부드럽게 경사진 반원형 건물이다. 신전 돌벽에는 두 개의 창문이 있다. 이 두 창문은 각각 정확히 남쪽과 북쪽을 향해 나 있다. 동지와 하지 때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와 신전의 제단을 비춘다.

태양의 신전 위엔 거대한 돌을 깎아 만든 제례용 석조물이 있다. ‘태양을 잇는 기둥’이란 뜻의 인티파타나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태양을 묶는 기둥이란다. 이 기둥이 해시계였을지도 모른다는 설도 있다.

마추픽추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유력한 추측은 파차쿠티 황제의 여름별장이었다는 설이다. 파차쿠티가 주변 부족을 정복하면서 획득한 노예들을 이 공사에 투입했다고 한다. 공사 기간은 1450년부터 1540년까지, 90년 정도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잉카인과 노예들은 파차쿠티가 죽은 뒤에도 황제의 환생을 믿고 마추픽추 조성 노역에 시달렸다. 그들은 스페인 군대가 쿠스코의 파차쿠티 미라를 불태우자 마침내 마추픽추를 떠났다.

마추픽추 옆을 둘러보니 산길이 보인다. 잉카 트레일이다. 오얀타이탐보에서 3박4일 동안 걸어서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한 번 걸어봄직하다. 그럴 기회가 다시 있을지 기약하며 공중도시에 작별을 고한다.

마추픽추(페루)=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여행팁

미리 예약해야 입장 가능
고산증에는 코카가 탁월

마추픽추 입장료는 131솔(약 5만7000원). 입장객은 하루 2500명, 와이나픽추는 400명으로 제한한다. 미리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다.

올란타이탐보에서 마추픽추까지 기차 요금은 왕복 80달러부터 560달러까지 다양하다. 가장 비싼 하이럼 빙엄 서비스는 점심·저녁식사, 마추픽추와 기차역을 연결하는 버스 왕복편, 마추픽추 가이드, 티타임까지 모두 포함한 요금이다.

페루는 남한의 13배나 될 정도로 크다. 지역마다 해발고도가 다르고 다양한 기후가 나타난다. 6~9월은 건기,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우기다. 한국에서 페루까지 운항 거리상 직항이 불가능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애틀랜타에서 환승해 리마로 들어간다. 비행시간은 22시간 정도. 환승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30시간은 잡아야 한다. 리마에서 쿠스코까지는 1시간25분 걸린다.

페루의 공식화폐는 누에보 솔(PEN)이다. 1솔은 440원 정도. 원화로는 환전이 안 되므로 달러로 바꿔 가야 한다. 미국 관광객이 많아 달러를 받는 상점도 많다. 한국보다 물가가 조금 싼 편. 스페인어를 주로 쓰며 영어도 잘 통한다. 안데스 지역에서는 제2의 언어인 케추아(Quechua)어를 쓰는 곳도 있다.

페루 내륙 고원지대를 여행할 땐 고산증에 주의해야 한다. 혈중 산소포화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뛰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 코카차를 마시거나 코카잎을 씹으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호텔 등 곳곳에 산소 호흡기가 비치돼 있다. 마추픽추는 쿠스코보다 고도가 훨씬 낮아 고산증세가 덜하다.

코카는 마약 코카인과는 관련이 없다. 중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비행 경유지인 미국에서는 코카잎을 가져갈 수 없다. 기니피그를 화덕에 구운 ‘쿠이’라는 요리가 별미다. 한국의 토종닭처럼 시골 집집마다 마당에서 기니피그를 기른다.

페루관광청 한국대표홍보사무소 070-4323-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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