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리인하보다 기업환경 개선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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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7 22:49  

[다산칼럼] 금리인하보다 기업환경 개선이 먼저다

섣부른 '원저'는 물가에 악영향
뼈를 깎는 비용절감·품질개선 등
기업 경쟁력 높이는 기반 다져야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일본의 양적 완화정책에 대응해 왜 금리를 내리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로 우리 수출이 감소, 경기침체가 더욱 악화될 텐데 한은은 전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에 대한 모든 책임이 마치 한은에 있다는 분위기다.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아야 하는지는 지금까지의 금리정책과 경기와의 관계를 보면 답이 나온다. 김대중정부 이후 우리 경제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김대중정부는 물론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해왔다. 그러나 경기는 여전히 꿈쩍 않고 있다. 그렇다면 경기 부양을 위한 답은 금리인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장기 불황에 빠져 있는 이유는 김대중정부 이후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기업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던 데 있다. 경기침체의 진정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 엉뚱한 곳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음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해결책은 금리인하가 아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1분기 성장률이 0.8~0.9%로 전망되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했다는 한은의 변명 역시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은도 금리 조절을 통해 경기를 조정해보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금리를 조금 조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물론 엔저로 인해 우리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의 수출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한국 자동차 수출은 3.2%, 철강 수출은 11.3% 줄었다. 지난 4월 선박 수출 실적이 44.8%, 철강 13.6%, 자동차는 2.4% 줄어드는 등 주요 품목들이 감소세에 있다는 보도다. 그렇다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우리도 금리인하나 양적완화를 통해 ‘원저’ 정책을 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국제결제 기능을 갖고 있는 달러나 엔화는 통화량을 늘리더라도 외국에서 어느 정도 흡수돼 자국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그러나 원화는 늘리는 양만큼 그대로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 따라서 일본의 양적완화를 따라 우리도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우리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하책이다.

엔저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책은 우리 수출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고,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를 개선해 제품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우리 수출 기업들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보자. 현대차 노조는 지난 3월 이후 9주 연속 주말 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차질 규모가 6만3000대(1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은 과다한 노조활동만 자제해도 우리 기업의 생산성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기업에서 노조 파업의 남발과 장기화는 지나친 정규직 고용보호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정규직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개선, 실질적으로 임금을 자유롭게 조정하고 고용형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엔저 위협에 대응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은에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할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수많은 규제를 완화하고 지나치게 정규직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개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엔저 위기가 어쩌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우리 경제를 살리고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금리인하는 최후의 정책 수단으로 남겨 놓는 것이 좋다. 금리는 기본적으로 현재 재화와 미래 재화 간의 교환비율로서 일종의 가격이다. 저금리를 오래 유지하면 인플레이션 문제뿐만 아니라 저축과 투자가 왜곡돼 경제혼란을 야기한다. 금리를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jwan@kh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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