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경제 정글 중국, 우리보다 더 자본주의적"

입력 2013-07-16 17:23   수정 2013-07-17 05:10

새 장편 '정글만리' 출간한 조정래 씨


“《태백산맥》을 쓸 때 진실을 진실이라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도 똑같은 마음이었어요. 오늘 작가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가 뭘까 생각하며 썼습니다.”

대하소설《태백산맥》《아리랑》《한강》으로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치밀하게 그린 소설가 조정래 씨(70)가 이번엔 중국을 무대로 벌이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비즈니스맨들의 경제전쟁을 담은 소설 《정글만리》(해냄·전 3권)를 발표했다. 지난 대하소설 시리즈들이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그린 데 비해 중국을 답사하며 준비한 이번 작품에서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길을 제시했다. 지난 3월부터 네이버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의 동력이자 가장 중요한 주제는 다름아닌 ‘돈’이다. 돈이 인간을 이끌고 인간이 세계를 변화시킨다. 작품 속에는 인간이 돈을 향해 얼마나 열정적인지, 돈을 획득하기 위해 얼마나 인정사정없이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는지 잘 나타나 있다. 제목 ‘정글만리’는 경제전쟁터가 된 중국이 바로 정글과 같은 생존경쟁의 시장이라는 뜻이다. 만리는 중국을 상징하는 ‘만리장성’에서 따왔다.

작가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갈 길을 넓고 깊게 모색해보자는 게 이번 소설의 주제”라며 “한·중 수교 전인 1980년대 후반에 ‘아리랑’ 취재차 만주에 갔을 때부터 중국을 무대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소련과 달리 왜 중국은 무너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작가는 ‘인민의 힘’을 꼽으며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덕분에 오늘의 중국이 있다는 얘기는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민들이 먼저 사회주의적 집단농장 체제를 버린 후 수확에 따라 세금만 내는 체제를 만들었고, 수확이 6배 이상 늘자 덩샤오핑은 이를 재빨리 전국적으로 확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인민의 힘은 중국이 현재까지 급성장해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를 보면 인간은 사회주의보다는 자본주의에 맞는 동물이라는 게 명확하다”며 “‘중국적 사회주의’를 ‘중국적 자본주의’로 바꿔 부르는 게 더 솔직하고 진실에 가까운 얘기”라고 덧붙였다. 정치체제만 일당독재일 뿐 나머지는 중국이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얘기다.

한국의 힘이 뭐냐고 묻자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5000년 역사 동안 끊임없이 침략 당하면서도 살아남은 끈질긴 생명력과 유전자가 내재돼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그는 또 “2000년대 들어 한국 소설의 위상이 떨어진 건 작가들이 주인공을 ‘나’로 하는 1인칭 시점에 매몰되면서 객관성을 잃은 개인주의적 작품만을 써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학의 위기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탓도 있겠지만 작가들이 내 이야기, 사적인 이야기만 쓰면서 독자를 잃어버린 이유도 큽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소설 독자는 계속 떨어져 나갈 겁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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