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신흥국 진출땐 선진국서 통한 제품·서비스 조금만 바꾸면 성공?

입력 2013-08-13 17:37   수정 2013-08-14 00:20

경영코치 - 신흥국 진출땐 선진국서 통한 제품·서비스 조금 응용하면 성공?

美 농기계 선두 존디어, 현지 특성 가볍게 봤다 인도서 마힌드라에 참패
필리핀 졸라비, 맥도날드에 판정승
중국 BYD, 내수시장서 내공 다져…글로벌 플레이어 도약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이라는 용어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4년 미국 상무성이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다. 당시 미 정부는 유럽과 일본 등 주요 교역상대국의 성장이 둔화할 것을 우려해 미래 교역 파트너를 물색했고, 이때 선정된 10개국을 신흥시장이라 지칭했다. 아시아의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중남미의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동유럽의 폴란드 터키, 그리고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주인공이다.

신흥국은 21세기 들어 이미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을 능가했다. 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던 서구 다국적 기업(MNC·multi national company)들에 좋은 기회처럼 여겨졌다. 많은 다국적 기업은 신흥시장으로 잇따라 진출했고, 기술이나 브랜드에서 한수 아래의 현지 기업을 손쉽게 제압하고 시장을 장악할 것처럼 보였다.

시사포인트1
필리핀 졸라비의 교훈 → 터줏대감이 시장 더 잘 안다

하지만 신흥시장에서 성장한 현지 기업은 만만찮은 경쟁 상대였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이들은 다국적 기업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해 내수시장을 지키는가 하면 공격적인 해외 진출로 오히려 다국적 기업을 위협하는 글로벌시장의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했다.(그림 참조)

미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의 매출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 조사에서 신흥 대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2004년 48개로 10%에 불과했지만 2012년엔 148개로 30%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2004년 16개에서 2012년에는 89개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신흥 대기업의 부상은 글로벌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도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선진국 기업들이 경험했듯 신흥 대기업의 경쟁력을 얕보다간 그들의 텃밭인 신흥시장에서 고전하기 십상이다. 그들만의 독특한 성장전략은 글로벌시장에서 여전히 후발주자인 한국 기업들로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우선 후진국처럼 느껴지는 신흥시장을 공략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국적 기업 공략에 맞서 내수시장을 방어하는 신흥기업의 기본 전략은 현지 사정에 정통하다는 본원적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필리핀의 국민 패스트푸드 업체 졸리비(Jollibee)가 맥도날드에 승리를 거둔 것이나, 멕시코 최대 식품업체 그루포 빔보(Grupo Bimbo)가 펩시에 판정승을 거둘 수 있던 성공 요인도 소비자 입맛과 물류 측면에서 자국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시사포인트2
존디어의 교훈 →기술력만 과신해선 성공할 수 없다

글로벌시장에서 영업하는 경영자들이 주의할 사항은 신흥시장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신흥시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선진국이 걸어온 기술적 진보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아니다. 유선전화나 오프라인 은행이 부족하지만 최신 기술을 도입해 곧바로 무선전화,인터넷 뱅킹으로 진화할 수 있는 것이 신흥시장의 특징이다.

인도의 전력 상황은 좋지 않지만 현지의 수즐론에너지(Suzlon Energy)는 풍력에너지 산업의 선두주자로 발돋움했다. 반면에 코닥이 몰락한 이유는 디지털카메라의 확산으로 기존 필름시장이 15%씩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중국 등 신흥시장에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오판했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에 익숙한 고정관념으로는 신흥시장의 사업 기회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하다.

따라서 선진국에서 성공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현지 사정에 맞게 수정(customization)하면 신흥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판단이 완전히 잘못될 수 있다. 신흥국 소비자가 선진국 소비자와 현격하게 다른 욕구를 가진 경우 처음부터 아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애칭 ‘존디어’로 유명한 농기계 분야 선두업체 미국의 디어(Deere & Company)는 탁월한 기술력과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했지만 인도시장에서 큰 실패를 경험했다. 가장 큰 실수는 프리미엄 제품인 대형 트랙터에서의 경쟁력을 과신한 나머지 소형 트랙터가 대세인 인도 특성을 가볍게 생각한 데 있다. 디어는 저가 모델인 범용 트랙터를 일부 수정하면 충분히 인도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착각했고, 그런 자만심으로 현지 마힌드라&마힌드라에 참패했다. 디어는 2년에 걸친 시장 재조사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소형 트랙터를 출시한 뒤에야 인도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시사포인트3
타타의 교훈 → 저비용 혁신이 시장을 뒤흔든다

때로는 신흥 대기업이 혁신의 주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전통적으로 혁신은 선진 기업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 신흥 대기업도 당당히 혁신의 주체가 되고 있다. ‘역혁신(reverse innovation)’ 혹은 ‘저비용 혁신(frugal innovation)’으로 불리는 이런 혁신은 충분치 않은 사회 인프라, 부족한 재원, 저가격 선호 등 신흥시장의 독특한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발견되고 있다.

초저가 ‘나노(Nano)’ 자동차 개발에 성공한 인도의 타타(Tata), 전기 자동차를 선보인 중국의 비야디(BYD), 빈곤층을 위한 소액대출 제도를 도입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Grameen Bank), 세계 중소형 항공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브라질 엠브라에르(Embraer) 등이 좋은 예다.

끝으로 신흥 대기업의 부상에서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인수합병(M&A)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M&A가 정보력과 자금력뿐 아니라 가치평가, 협상, 조직통합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 복잡하고 위험한 방법론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거침없는 M&A는 한국 기업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국과 인도 기업들은 이미 볼보, 산요, 재규어, 랜드로버, 코러스 등을 M&A했다. 또 세계 3위의 시멘트 업체인 멕시코 세멕스(Cemex)와 세계 최대 육류가공 회사인 브라질 JBS도 M&A를 통해 성장한 신흥 대기업이다. 물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술력과 브랜드력을 갖춘 기업이 대거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황도 신흥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니르말야 쿠마르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는 신흥 대기업의 M&A전략 특징으로 ‘장기적 비전’에 따라 자신들이 부족한 ‘기술과 브랜드를 확보할 목적’으로 ‘점진적 인수 후 통합’을 추진한다는 점을 꼽았다. 2차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한국과 대만이 혜성처럼 등장했던 것처럼 신흥 대기업은 자국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글로벌시장에 새로운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의 위협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비즈&라이프 자문위원 이동현 교수 가톨릭대 경영학부 국제경영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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