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관료주의와 부패의 '인도병'이 경제위기 키워

입력 2013-08-23 14:16  

위기의 인디아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선진국과 달리 일부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인도는 금융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시화로 신흥시장에 자금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8월20일 연합뉴스

☞ 한때 중국을 넘보며 세계 2위 경제대국을 꿈꾸던 인도에 위기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1991년 이후 22년 만에 다시 외환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17일 토요일인데도 불구, 만모한 싱 총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1991년과 같은 위기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나도는 외환위기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싱 총리의 말은 시장에서 철저히 무시됐다. 19일 외환시장에서 인도 루피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달러에 견줘 루피화 환율은 처음으로 63루피 선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사인 UBS는 루피화 환율이 70루피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루피화 가치는 5월 이래 15% 이상 떨어졌으며 지난 2년 새 40%나 하락했다. 루피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부추겨 물가 상승률을 5%로 끌어올렸다.

뭄바이 증시도 약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자본의 엑소더스가 나타나면서 지난달 10%가량 하락한 센섹스 지수는 지난 16일 4% 떨어진 데 이어 19일에도 1.6% 내림세를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는 뜀박질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8%를 웃돌고 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정부가 빚을 낼 수 있는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직전 수준과 비슷하다. 통화 가치와 함께 주식과 채권 가격도 동반 폭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영국 신문 가디언 등은 인도의 금융위기가 ‘초읽기’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인도 경제가 왜 이처럼 추락한 것일까? 우선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를 꼽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 우려가 취약한 인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Fed 총재인 벤 버냉키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통화를 무제한적으로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왔다. 그런데 이제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나마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런 정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준비 중이다.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 추진하다간 물가급등이라는 독화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Fed가 출구전략을 쓰면 미국 금리가 오르고 글로벌 자금의 흐름이 바뀐다. 고금리를 찾아 미국 밖으로 나갔던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달러 자금이 빠져나가는 국가의 주식과 채권 값, 통화가치는 폭락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우려가 터무니없는 건 아니다. 1994년 멕시코의 외환위기는 당시 앨런 그린스펀 Fed 의장의 기습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이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발생했다.

하지만 미국이 출구전략을 쓴다고 해서 모든 나라가 위기에 빠지진 않는다. 인도에 위기감이 감도는 보다 근본적 이유는 인도 내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투명성이 결여된 정부 정책과 억압적인 관료주의 △만연한 부패 △아웃소싱 성장의 한계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인도 정부는 재정 적자 타개를 위해 외국 기업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렸다. 지난해에는 주식·채권 투자자 등 ‘가진 자’들의 주머니를 열겠다며 무려 50년 전인 1962년까지 세금을 소급해 거두겠다고 발표했다가 망신을 사기도 했다. 이런 불투명한 정책으로 많은 외국 기업들은 인내심을 잃으면서 인도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싱 총리는 1991년 위기 해결을 주도하면서 해외자본 유치에 앞장섰다. 그 결과 인도는 글로벌 기업들의 아웃소싱 거점이 됐다. 소프트웨어·애니메이션업체와 금융회사 콜센터 등이 인도로 몰리면서 중산층이 빠르게 늘어났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자국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채 아웃소싱에만 의존하던 성장전략은 선진국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줄이자 한계에 봉착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성장률은 곤두박질쳤다. 올해 1분기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은 4.8%로 사상 최대다. 경상수지 적자는 외채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3월 말 현재 인도 외채는 390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8년간 연평균 8~9%였던 성장률도 올해 5%를 넘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인도 정부가 가진 비상용 외환(외환보유액)은 현재 2780억달러다. 1991년 1월 위기 당시(12억달러)보다 엄청나게 많다. 싱 총리는 또 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라구람 라잔을 인도중앙은행(RBI) 수장에 임명했다. ‘인도병’ 치유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외국 자본의 이탈을 막고 위기의 현실화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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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 뭘 보면 알지?

경제위기와 통화승수

한국, 미국, 일본 모두 중앙은행이 경기회복을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돈이 잘 돌지 않고 있다. 한국의 본원통화는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지만 통화승수는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도 통화승수가 최저로 떨어졌다. - 8월21일 한국경제신문

☞ 시중에 돌아다니는 화폐의 양(통화량)은 나라경제(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화폐 유통량이 많으면(다시 말해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면) 산출량(GDP)이 증가하고 고용(일자리)이 늘어난다. 물가는 오름세를 보인다. 반대로 화폐 유통량이 적으면(다시 말해 중앙은행이 돈을 회수하면)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산출량(GDP)은 줄어들고 고용(일자리)도 축소된다. 하지만 돈을 아무리 많이 풀어도 은행이나 가정의 금고에만 잠겨 있거나, 돈이 유통되는 속도가 떨어지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반감된다. 이런 돈의 유통 속도를 보여주는 게 바로 통화승수다.

통화승수(money multiplier)란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통화인 본원통화가 1단위 증가했을 때 통화량이 몇 단위 증가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통화량을 본원통화로 나눠 산출한다. 예를 들어 통화승수가 5배라면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1억원 공급하면 시중의 통화량은 5억원이 된다는 뜻이다. 예금은행들이 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를 활용해 신용창조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통화승수는 현금통화와 예금통화의 비율인 현금통화비율과, 고객의 반환요구에 대비해 예금 중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지급준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통화승수는 단기적으로 안정적이지만 경제가 비상시일 때는 출렁거리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통화승수는 평상시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게 바로 세계 각국의 ‘통화 폭탄’에도 불구,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은 반면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한 이유다. 실제로 한국의 통화승수는 6월 말 현재 18.7배로 200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통화승수는 2000년대 초 20~27배 사이에서 오르내리다가 2006년 10월 29.3배로 정점을 찍은 뒤 작년 3월(18.7배) 처음으로 20배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과 일본도 통화승수가 하락세다. 미국 통화승수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08년 8월 9.2배에서 2011년 3월(3.8배) 4배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4월 3.5배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통화승수는 2010년 초 11배 수준이었으나 지난 4월 7.5배, 5월 7.3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통화승수가 낮아진 것은 경제 주체들이 미래를 불확실하게 보고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주체들이 돈을 움켜쥐고 있는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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