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자영업 진출 급증…성장 둔화에도 고용 증가

입력 2014-03-28 20:35   수정 2014-03-30 18:12

경기-고용지표 따로 논다

한은 연차 보고서

금융위기 후 상관관계 약화
영세 서비스 일자리 늘어
청년취업 유도 등 나서야



[ 마지혜 기자 ] 경제성장이 둔화하면 고용은 줄어든다는 ‘상식’이 깨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고용시장에 나타난 변화다. 은퇴 후에도 생계부담으로 자영업 등 영세 서비스업에 진출하는 장년층이 크게 늘어난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3년도 연차보고서’의 ‘경기-고용 간 관계변화의 구조적 요인 진단과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취업자 수 증가폭의 상관관계는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약화됐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1~2007년 연평균 4.9%였던 경제성장률은 2010~2013년 3.9%로 1%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이 기간 연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은 32만5000명에서 39만명으로 오히려 20% 늘었다.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후 자영업 등 영세 서비스업에 진입하면서 고용지수를 높였기 때문이다. 실제 5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5년 69.9%에서 지난해 74.5%로 높아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장년층의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129만7000명으로, 2005년 205만명에 비해 63% 증가했다. 이들 상당수는 은퇴 후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해 도소매·운수·음식·숙박업 등에 진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이 경제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기대수명(앞으로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기간) 연장과 자녀세대의 취업난에 있다. 현재 55세인 국민의 기대수명은 1990년 21.9년에서 2012년 28.7년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은퇴 후 30여년을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일손을 놓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녀세대의 미취업은 부모세대인 장년층에는 큰 부담이다. 15~29세 청년 중 취업할 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경제활동인구에 들어가지 못한 취업애로계층은 2005~2007년 연평균 6만5000명에서 2009~2012년 약 11만명으로 70% 가까이 급증했다. 미취업 청년층의 증가가 가구주인 장년층의 가계 생계부담 기간을 연장시켜 장년층의 경제활동 지속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노인 일자리 사업 규모를 크게 확대한 점도 경기 상황과 무관한 고용흐름이 나타난 원인으로 꼽혔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창출 규모는 2004~2008년 연평균 8만개 수준이었으나 2009~2011년에는 22만개로 3배 가까이 커졌다.

박세준 한은 조사과장은 “경기와 괴리된 고용 증가세는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고 고용의 질을 떨어뜨려 잠재성장력 하락과 소득분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을 양적으로 늘리면서도 은퇴한 장년층이 주로 진입하는 서비스업 부문의 생산성을 높여 고용의 질과 안정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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