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 창의국가, 네덜란드 리포트] 입지규제 푼 로테르담港…반경 50㎞ 전체가 '완벽한 배후단지'

입력 2014-04-01 20:45   수정 2014-04-02 04:16

<下> 유럽 최대 물류허브를 가다

로테르담 르포

석유 한방울 안나는데 유럽 최대 석유단지 기능
전자·車부품공장 등 입주…'중계가공무역'으로 명성
컨터미널은 완전 자동화…원자재 6개월간 관세 면제



[ 정종태 기자 ]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 시내에서 차를 몰고 북해를 바라보는 항구 쪽으로 향했다. 50㎞에 달하는 고속도로 옆으로 대형 선박이 다니는 운하가 이어진다. 도로 양쪽에는 풍력발전기부터 대형 석유저장고, 화학공장 등이 즐비하다. 3개의 지하터널을 지나 40분 정도 달리자 웅장한 크레인들이 서 있는 물류터미널 유로맥스(Euromax)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이 연간 12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는 유럽 최대의 물류 허브인 로테르담 항구다. 인근 독일의 함부르크(연간 890만TEU)와 벨기에 앤트워프(870만TEU)를 훌쩍 뛰어넘는다. 로테르담항은 단순히 물류터미널뿐 아니라 시내까지 이어지는 반경 50㎞ 전체를 포괄한다.

이곳이 유럽 최대 물동항으로 자리매김한 비결은 무엇일까. 장 웨스트하우드 유로맥스 대표는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완벽한 배후시설’이다. 그는 “가령 원유를 실은 선박이 도착하면 곧바로 항구에 설치된 송유관을 통해 인근 대규모 저장시설로 운반되고 일부는 정제공장으로 옮겨져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으로 재탄생하는데, 여기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항만 곳곳에는 엑슨모빌 로열더치셸 보팍 등 거대 기업들의 석유 비축설비와 정제시설이 가득했다. 웨스트하우드 대표는 “대규모 배후시설 덕분에 네덜란드는 석유 한방울 나지 않지만 유럽 최대 석유단지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른바 ‘석유 안 나는 오일허브’로 거듭난 것이다. 동행한 한국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울산항에 구축하려는 동북아오일허브 사업의 모델이 바로 이곳”이라고 했다.

반경 50㎞에 달하는 배후단지에는 화학제품 가공 공장은 물론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조립 공장 등 대단위 산업 시설이 들어서 있다. 항구를 통해 들어온 원료와 원자재는 여기서 가공돼 다시 항구를 통해 수출되거나, 육로를 통해 독일·벨기에로 보내진다. 인근에 유럽 최대 인프라를 갖춘 스히폴공항이 있는 것도 물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두 번째 비결은 ‘중계가공무역’이다. 예컨대 네덜란드는 카카오를 생산하지 않지만 세계 최대 카카오 수출국이다. 원료를 수입해 항만 배후단지에서 반제품으로 재가공해 수출하는 무역 덕분이다. 네덜란드는 또 유럽 최대의 자전거 생산 국가지만 이 역시 아시아산 부품을 들여와 항만에서 곧바로 조립해 세계 각국에 수출한다. 뛰어난 물류를 활용하는 만큼 비용도 저렴해 가격 경쟁력도 우수하다.

세 번째 비결은 대형 선박 접안 시설이다. 로테르담항에는 대형 컨테이너 터미널이 3개 있는데 늘어나는 물류 수요에 맞추기 위해 터미널을 계속 확장 중이다. 모든 터미널의 수심이 최대 20m로 유럽의 다른 터미널에 비해 깊어 초대형 선박이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다.

네 번째 비결은 완벽한 자동화다. 유로맥스 터미널의 경우 23열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크레인이 설치돼 있는데 크레인을 다루는 소수 요원을 제외한 모든 과정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가령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면 무인 운반차가 알아서 해당 위치로 옮겨준다. 심지어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거나 내릴 때 풍속까지 측정해 흔들림을 막는다.

마지막 비결은 역시 네덜란드 정부의 지원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항구 인근에 대규모 배후단지가 들어설 수 있도록 입지 규제를 푼 것은 물론 통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항구를 통해 들여온 원자재 등에 대해선 최장 6개월간 관세 및 부가세를 면제해준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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