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몽골 초고층 빌딩 짓기로 한 국내 건설사 돈 떼일 위기

호주 자원업체 리오틴토와 광산 계약 관련 분쟁 심화
외국인 투자자들 "몽골 정부 못 믿겠다" 투자 주춤
몽골 외환보유고 급감, 디폴트 위기


이 기사는 05월02일(15: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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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자들이라면 으레 한번은 들렸을 울란바타르 ‘수흐바타르 광장’은 지난해 ‘지난해 칭기즈칸 광장’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1923년 몽골 인민 정부를 세워 탈(脫) 중국을 선언한 ‘몽골 혁명의 아버지’ 담딘 수흐바타르의 흔적은 이제 광장 중심가 동상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2차 대전 승전 기념탑이 있는 자이승 지역 뒷편 언덕엔 아예 대형 칭기즈칸 초상이 그려져 있다. 몽골 독립, 혁명의 유산들은 이렇게 13세기 대(大) 몽골 제국의 상징물들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었다.

몽골 사람들의 인식은 약 800년 전 그들만의 ‘이상향’으로 되돌아가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자원 수출이 감소해 지난해 경상수지는 30억달러 적자였다. 2012년 44억달러에 달했던 외국인 직접투자액(FDI)도 지난해 20억달러로 급감, 몽골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22억달러(작년 말 추정)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현지 통화인 투구르의 달러 대비 가치도 연초 대비 20% 가량 급락했다. 이희상 KOTRA 울란바타르 무역관장은 “수입 물가 상승은 몽골 서민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디폴트’ 위기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외국 투자자 유치지만 몽골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세계 최대 광산으로 꼽히는 오유톨고이 추가 개발비 분담을 놓고 주주인 리오틴토(호주, 66%)와 몽골 정부(34%) 간 분쟁이 일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김대용 한국광물자원공사 몽골사무소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승리한 이후 외국 회사와 맺었던 계약서를 무효화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울란바타르에 43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짓기로 한 롯데건설은 발주처에 공사 대금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중견 건설사 P사는 공사 기한을 못 맞췄다는 이유로 과징금 폭탄을 맞는 바람에 손해를 보고 철수했다. 이 관장은 “말을 수시로 뒤집는 몽골 바이어들 때문에 국내 수출 기업들이 골탕을 먹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샹그릴라 호텔을 짓고 있는 삼성물산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반 공사를 하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들어 공기를 못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P사처럼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24시간 공사를 진행 중이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세계를 호령하던 몽골 제국이 쇠락한 결정적인 이유는 개방에서 폐쇄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원 부국’ 몽골이 역사 속에서 배워야할 것은 ‘영웅 만들기’가 아니라 패망의 교훈이 아닐런지….

울란바타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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