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한국차(車) 안타는 외국인…언제쯤 맘 돌릴까

입력 2014-05-21 14:30  

[ 권민경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동차 업종에 올라타지 않고 있다. 지난 한 달 간 1조 원이 넘는 주식을 매수해 코스피 상승을 견인한 것과 달리 자동차株는 꾸준히 내다 팔고 있다. 이 여파로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대표 종목 주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엔화 약세에 따른 환율 문제로 자동차에서 시선을 돌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공격적 행보와 달리 현대차 등은 뚜렷한 미래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추가 '엔화 약세' 불안감 높아지나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오후 2시6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500원(0.22%)내린 22만9500원을 나타냈다. 현대모비스는 1000원(0.34%) 떨어진 29만3000원을 기록했다. 기아차만 나홀로 900원(1.54%) 올라 5만9300원을 찍었다.

외국인은 지난 달 21일부터 전날까지 1629억 원 어치에 달하는 현대차 주식을 팔았다. 현대모비스도 494억 원 어치 순매도했다. 올 들어 전날까지 매도 규모는 현대차가 6829억 원, 현대모비스가 4268억 원이다. 기아차는 33억 원 순매도.

SK증권은 국내 자동차 업종에 대한 외국인 매도 기조를 '엔화 약세'에 대한 불안 심리와 연결지어 해석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하락과 유로존 경기 부양 움직임 등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아베노믹스 근간을 이루는 엔화 약세 정책 필요성이 재차 부각된다는 것.

이날 일본 중앙은행(BOJ)은 소비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추가 부양책 없이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유로존에서 유로화 강세를 막기 위한 부양책 언급이 나오면서 엔화는 달러 반등에도 불구하고 강세 전환했다"며 "아베노믹스 핵심인 엔화 약세가 흔들리는 가운데 다음 달 아베 총리가 발표할 새로운 성장 전략에 추가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만큼 외국인들이 엔저에 취약한 자동차를 우선 내다팔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수 유입에서 자동차 업종이 소외돼 있는 건 이들이 한국 대표 업종을 매수했던 패턴과는 많이 다르다"며 "아베노믹스 화살을 의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 여름까지는 아베노믹스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겠지만 가을 이후부터는 리스크가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환율 영향 절대적 아냐…전략 부재 지적도

하이투자증권은 환율 영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이것이 국내 자동차 업종 소외 현상을 완전히 설명하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환율 변동이 실적에 주는 영향은 해외 생산이 확대될수록 축소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연간 생산량 472만 대 중 해외에서 생산된 물량은 291만대에 달한다. 국내 생산이 38.3%, 해외 생산이 61.7%로 이미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만큼 환율이 절대적 리스크가 되지는 못한다는 게 이 증권사 판단이다.

오히려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큰 그림'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고태봉 연구원은 "세계 자동차 시장 업황이 나쁘지 않고, 내수 역시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주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장이 국내 업체들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데 이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도요타, 닛산, 폭스바겐 등 글로벌 업체들이 앞다퉈 공격적 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현대, 기아차는 중장기 계획이 부족하다는 것.

닛산은 2016년 말 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8% 달성과 영업이익률 8%를 지향하는 중장기 경영계획 '닛산 파워88'을 내놓았다.

도요타는 3대 중장기 목표를 통해 중국에서의 생산 능력을 200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GM 역시 중국에서 현행 310만대를 500만 대 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17년까지 120억 달러를 투자, 2018년에는 신차 60개를 투입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2018년 글로벌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 연구원은 "주식 시장에서는 글로벌 업체들의 이런 경영 전략과 자신감을 주시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현대, 기아차의 저성장 지속과 신규 공장 착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더 부각돼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국 정부 허가 지연으로 인해 충칭 공장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그는 "이런 때일수록 회사가 미래 성장에 대한 지속성과 경쟁에 대한 자신감을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들이 큰 그림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지 여부가 중장기 자동차 업종 주가 흐름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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