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해럴드 햄 컨티넨털 리소스 회장 '셰일가스 혁명' 록펠러 계보 이은 21세기 석유왕

입력 2014-07-04 07:00  

Management & Issue Focus

맨주먹으로 운명 개척
가난한 소작농의 13번째 아들, 17세에 독립, 사회 밑바닥 경험
주경야독 끝 22세에 시추회사 세워

행운 따르는 채굴업자
두 번째 시추에서 석유 '콸콸', 도산 위기 때 '대박 유전' 발견하고
셰일층 개발할 신기술 착상

바켄 셰일지대 개척
하루 70만 배럴 석유 뽑아내, 작년 업계 최고 7억6000만弗 이익
재산 113억弗 세계 44번째 부자



[ 이정선 기자 ]
20세기 초 ‘미국의 석유왕’으로 불린 존 록펠러 이후 100년 만에 석유왕의 계보를 이을 만한 또 한 명의 거물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셰일혁명의 붐을 타고 ‘검은 노다지’를 캐낸 해럴드 햄 컨티넨털 리소스 회장(69)이 21세기 석유왕의 주인공. 그는 미 북부의 노스다코타주(州)에 있는 바켄(Bakken) 셰일지대를 중심으로 미국의 셰일에너지 붐을 주도하고 있다.

햄 회장이 발견한 바켄 유전지대에서는 하루에 70만배럴의 석유가 나온다. 미국 전체 생산량의 10%에 이르는 물량으로, 1968년 알래스카의 프루도만(灣) 유전 이후 미국의 석유개발 역사상 가장 큰 성취로 평가받는다. 셰일오일로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 그는 미국에서 35번째, 전 세계에서 44번째 부자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햄 회장의 재산은 113억달러(약 17조6700억원)로 추산된다. 맨주먹으로 운명을 개척한 자수성가형 인물이라는 점에서 햄 회장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주경야독의 뚝심…가난 딛고 자수성가

햄은 1945년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13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가족들과 함께 목화를 따기 위해 학교를 가지 못하는 날도 흔했다. 학업과 성공에 목말랐던 그는 17살에 집을 떠나 이니드(Enid)라는 작은 도시로 상경했다. 이곳에서 주유소 아르바이트와 탱크 세척 등의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고등학교를 다녔다. 2009년 11월 지역 신문인 ‘이니드뉴스’에서 그는 “남들과 거꾸로 돈을 먼저 벌고 학교를 가야 했다. 1주일에 60시간씩 일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오클라호마는 이미 오일 붐이 일고 있던 곳이었다. 햄은 유전지대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전하는 소식을 열심히 귀동냥하며 석유 사업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마침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이 지나 그는 ‘챔플린 오일’이라는 회사에 입사했다. 이미 결혼한 상태였고 500달러의 월급을 받는 나름 괜찮은 직업이었지만, 직접 석유를 채굴하고 싶은 욕구를 막을 순 없었다. 그는 22살이 되던 1967년 자신의 둘째 딸 이름을 딴 ‘셸리 딘 오일’(1990년 사명을 바꾼 컨티넨털 리소스의 전신)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닥치는 대로 채굴하는 저돌적인 석유 시추업자의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모지 셰일층 유전개발에 도전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며 햄은 노련한 석유 기술자들로부터 지층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행운은 비교적 일찍 찾아왔다. 1971년 첫 번째 유정을 뚫은 이래 두 번째 시추에 석유가 쏟아져 나왔다. 이후 10여년간은 석유개발로 재미를 본 기간이다. 돈이 생길 때마다 끊임없이 대학의 지질학, 화학, 광물학 등의 강의를 찾아다닌 그는 ‘지질학자’를 자칭할 정도로 뛰어난 전문성을 갖춰 나갔다. 1982년 에너지전문 금융사인 펜 스퀘어은행이 망하기 직전 그가 갖고 있던 석유 시추회사를 매각해 큰 손실을 비켜났을 정도로 운도 따랐다.

대박과 쪽박을 오가는 자원개발이 흔히 그렇듯, 햄에게도 혹독한 시련이 닥쳤다. 1980년대 중반 이후 17번의 시추가 모조리 실패로 끝나며 도산 위기에 몰린 것이다. 고전하던 그에게 또 한 번의 행운이 찾아온다. 햄의 회사에서 일하는 지질 기술자가 ‘에임스 홀(Ames hole)’이라는 분화구를 발견한 것. 수억년 전 소행성이 떨어져 생긴 이 분화구에서는 석유가 흠뻑 스며든 상태였다. 운석이 파편화되면서 뚫린 구멍을 통해 지층 밑에 매장된 석유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곳에서 햄은 180만배럴 이상의 석유를 뽑아냈다.

에임스 홀에서 발견한 구멍 뚫린 암석은 셰일혁명의 문을 여는 ‘고고학적 열쇠’이기도 했다. 햄은 석유가 매장돼 있지만, 지층이 단단해 개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셰일층의 암석에 구멍을 뚫어 삼투압으로 석유를 뽑아내는 ‘수압파쇄’를 접목하는 방식을 떠올렸다.

그는 지질조사 데이터를 검토한 뒤 바켄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이곳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컨티넨털 리소스는 지난해 매출 36억달러, 순이익 7억6000만달러로 업계 최고의 이익을 올렸다. 최근 5년간 주가도 거의 500% 뛴 상태다.

바켄의 석유매장량은 2008년 미국 지질조사국이 43억배럴로 추정했으나, 2년 뒤 컨티넨털 리소스는 240억배럴에 이른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프루드만(136억배럴)은 물론 세계 최대의 유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와르 유전(700억배럴)과 비교해도 만만치 않은 노다지가 묻혀 있는 셈이다.

소박한 재벌…점심 한 끼에 18달러

셰일오일 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햄 회장은 수평시추 등의 개발 방식을 고안해 셰일가스의 아버지로 꼽히는 조지 미셸과 더불어 셰일혁명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2012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밋 롬니의 에너지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햄 회장의 성공은 행운도 따랐지만, 다부진 체격에서 엿볼 수 있는 두둑한 배짱이 가장 큰 밑천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석유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두려워하지 않고 땅을 파는 그의 공격적인 성향이 잘 알려진 까닭이다. 햄 회장은 2012년 1월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고집이 센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답게 근검절약하는 소박한 생활 태도도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포브스지에 따르면, 햄 회장이 좋아하는 점심장소는 오클라호마에 있는 ‘Sweet & Eats’라는 카페테리아. 그는 이곳에서 2인분에 18달러를 내고 잘게 부서진 옥수수빵이 들어간 소고기 수프를 즐긴다.

사업은 성공했지만 사생활은 그렇지 못했다. 이미 한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햄 회장은 지난해 불륜이 들통나면서 두 번째 부인과의 이혼 소송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컨티넨털 리소스의 지분 68%를 갖고 있는 그가 이혼 합의금으로 상당한 금액을 지급할 경우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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