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냐, 국적 포기냐…'선택의 기로' 몰린 배상문

입력 2015-01-13 21:01   수정 2015-01-14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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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체류 연장해도 비난 여론 잠재우기 힘들어
병역 기피하면 국내 스폰서 외면 등 후유증도

"군복무 마치고 PGA 복귀땐 전성기 놓칠 수도"



[ 최만수 기자 ]
새해 첫 대회인 미국 PGA투어 현대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를 6위로 마감한 배상문(29·사진)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복잡한 심정으로 대회에 나선 배상문은 군 입대와 국적 포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비자가 만료된 배상문은 30일 이내인 이달 안에 귀국해야 한다. 계속 미국에 머무를 경우 병역법 94조에 따라 고발되고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6일 개막하는 소니오픈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배상문은 당분간 경기 출전을 강행하면서 행정 소송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올림픽 출전 불투명

배상문은 당초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과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 메달을 따내 합법적으로 병역을 면제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의 해외체류 연장 요청을 병무청은 공식 거부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90% 이상의 입영 대상자가 22세 이전에 병역의무를 이행하지만 배상문 선수는 이미 만 28세까지 대학원을 이유로 군 입대를 연기해왔다”며 “이민자도 아니고 유학생도 아닌 배상문 선수의 입대 연기는 특혜가 된다”고 설명했다.

배상문은 2013년 미국 영주권을 딴 뒤 병무청으로부터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해왔다. 배상문은 영주권 취득 후 (미국에) 1년 이상 거주하면 3년 미만으로 (국외여행 기간을) 연기해주게 돼 있는 법 조항을 근거로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만약 배상문이 소송에서 이겨 병무청이 군 입대를 유예해준다고 해도 그가 속한 한국팀이 동메달 이상을 딴다는 보장은 없다. 메달을 따더라도 국내의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군 입대냐 국적 포기냐의 두 가지 시나리오만 남은 셈이다.

○전성기 놓치기 싫은 배상문

배상문의 첫 번째 카드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는 것이다. 이 카드를 선택하면 배상문은 안정적으로 운동을 계속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 특히 배상문은 이번 시즌 PGA 개막전인 프라이스닷컴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배상문은 이 대회 우승으로 2017년까지 PGA투어 풀시드권 확보와 함께 꿈의 마스터스 대회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한 프로골프 선수는 “흔히 골프는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하지만 전성기는 한정돼 있다”며 “이제 막 꽃을 피운 배상문이 2년간의 공백을 갖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를 피하려는 극단적인 행동은 거센 비난 여론을 부른다. 과거 가수 유승준처럼 입국을 거부당할 수 있으며 국내 기업들의 후원도 떨어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카드는 병역의 의무를 마친 뒤 골프 선수로 복귀하는 것. 국방 의무를 지켰다는 대의명분도 확실해 재기만 한다면 국민적 스포츠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다. 배상문은 입대할 경우 국방부가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앞두고 창단한 상무골프단에서 활동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골프 감각을 유지할 수 있으며 대회에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2년이 넘는 공백기를 딛고 별들의 경연장인 PGA투어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배상문이 병역을 마친 뒤 PGA에 복귀하면 곧 30대 중반을 바라보게 된다. 무서운 신예들이 끊임없이 충원되고 있는 PGA에서 기량을 꽃피울 시간은 길지 않다.

배상문은 조만간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밝힐 계획이다. 어느 쪽이든 어려운 선택이지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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