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앨엔에스·한국주철관·코스온…'K뷰티' 열풍에 되살아난 한계기업

입력 2015-04-09 20:42  

골판지 만들던 산성앨엔에스, 중국서 마스크팩 매출 1위
상하수도관 전문 한국주철관…엔프라니 인수, 돼지코팩 대박
DVR 개발업체 코스온, 화장품 ODM으로 승승장구
행남자기·로만손 등도 진출…화장품 과열경쟁 우려도



[ 김희경 기자 ]
국내 업체들이 만든 ‘리더스마스크팩’ ‘돼지코팩’은 지난 1년간 중국에서 각각 7000만개, 2500만개가 팔렸다. 두 제품은 중국에서 최근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넘어섰다. 작년부터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팩 부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산성앨엔에스와 한국주철관공업이다. 산성앨엔에스는 골판지, 한국주철관은 상하수도용 관을 만들던 회사다. 사양산업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 기업은 업종을 바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변신했다.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개발업체였던 코스온도 최근 이 대열에 합류했다. ‘K뷰티 열풍’이 사양길에 접어든 제조업을 되살리고 있다는 평가다.

◆한계기업의 과감한 도전

세 기업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성과 한류열풍을 예상하고 과감하게 신사업에 도전했다.

한국주철관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 성공한 사례다. 1990년대 말 국내 주철관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기업이었다. 하지만 후발 주자들의 공세로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경영진은 신사업을 찾기 시작했다. 2년여간의 검토 끝에 2002년 화장품 회사 엔프라니를 인수했다. 이후 10년간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하고 투자했다. 2012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전년 1250억원에 그친 매출이 화장품 판매가 급증하며 3000억원대로 뛰었다. 아이디어 제품인 ‘돼지코팩’ 덕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화장품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믿고 과감하게 투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골판지 업체 산성앨엔에스는 2010년 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골판지 포장재 부피가 커 수출을 해도 채산성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출도 324억원에 불과했다. 회사는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창업자 김판길 회장의 아들 김진구 부회장은 화장품에 의약품의 기능성을 결합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2011년 피부과 원장들이 설립한 리더스코스메틱을 인수했다. 이 회사에서 나온 제품이 ‘리더스마스크팩’이다.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지 4년 만인 지난해 매출 1200억원, 영업이익 221억원을 기록했다.

DVR 개발업체 코스온도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2013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코스온은 태평양 기술연구소 출신인 이동건 대표를 내세워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로 변신했다. 아모레퍼시픽 등에 납품하는 데 성공하며, 2013년 106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65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코스온은 매출이 900억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2의 한국콜마’라는 평가도 나온다.

◆제조업 활력소 되나

아모레퍼시픽에서 시작된 K뷰티 열풍이 한국의 한계기업을 살려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수요를 겨냥해 기업들이 잇따라 공장을 지으며 제조업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성앨엔에스 관계자는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올해 안에 경기 안성시에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주철관도 코팩 판매가 급증하자 지난해 말 경남 양산 공장을 크게 증설했다.

국내 중견·중소기업들도 잇따라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70년간 도자기만 만들던 행남자기와 시계업체 로만손 등이다.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현대아이비티도 매년 적자가 지속되자 화장품 사업에 진출해 최근 피부에 바르는 ‘비타브리드C’를 내놓았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포화 상태인 화장품 시장에서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특정 상품에 의존하는 것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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