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정 타결] 원자력 연구 자율성 확대…"명분보다 실리로 원자력주권 기반 마련"

입력 2015-04-22 21:07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길 터
미국 합의땐 20% 저농축 가능…암 진단용 핵물질 생산 진전
차관급 위원회 신설…원자력 협정 상시 협의



[ 전예진 / 김태훈 기자 ]
42년 만에 타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한국은 명분보다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주요 쟁점이던 핵연료 재처리와 농축 허용 문제를 기대했던 수준만큼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원자력 연구개발 자율성 확대, 원전 수출 규제 완화 등 실질적인 이득을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로 작성된 협정문을 개정해 원자력 주권을 되찾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다.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협력대사는 “현행 협정이 미국에 의존적이고 일방적이었다는 지적을 모두 해소했다”며 “새 협정은 원전 수출국 5위로 도약한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고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호혜적 관점에서 타결됐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봉인 해제

새 협정으로 가시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연구개발 분야다. 원전에?쓰고 남은 핵연료는 우라늄 등 유용한 자원을 추출해 차세대 원전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핵무기 원료로 전용될 것을 우려한 미국과의 기존 협정에 막혀 연구개발에 제약이 있었다. 사용후핵연료의 형상·내용 변경 때 5년 단위의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고 건건이 미국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새 협정은 우리가 보유한 연구시설에서 조사후시험((照射後試驗)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의 전반부 공정인 전해환원은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이 1년에 사용 가능한 핵연료의 양을 소량으로 제한할 경우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번 협정에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계속 추진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2020년까지 한·미 공동연구결과를 토대로 협의 하에 파이로프로세싱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미국은 기술의 실용화 가능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협정으로 국내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 밖에 암 진단 등에 사용하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인 몰리브덴99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동의를 얻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힌다. 몰리브덴99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연간 수입액은 190억원 규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8년 부산 기장군에 준공하는 연구용 원자로에서 연간 800억원 규모의 몰리브덴99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내 수요를 충족할 뿐만 아니라 수출 시장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또 한·미 합의 아래 20% 미만의 미국산 우라늄 저농축이 가능하도록 명시했다는 점, 원전 장비나 부품 수출 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점 등에서도 소득을 거뒀다.

○반쪽 ‘핵주권’ 인정한 상호적 협정

정부는 이번 협정에서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이용에 대한 주권과 권리를 반영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 협정에는 양국 간 원자력 협력에서 주권 침해가 없어야 한다는 점과 농축·재처리 등 형상·내용 변경을 포함한 제반 원자력 활동 시 상대방의 원자력 프로그램을 존중하고 부당한 방해나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규정이 포함됐다.

이번 개정은 차관급 상설 협의체를 설치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미국이 타국과 체결한 원자력협정 중 최초다. 이 협의체는 파이로프로세싱이나 저농축 추진에 관한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새 협정은 한·미 간 원자력 협력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유효기간은 41년에서 20년으로 대폭 단축했다.

정부는 이번 한·미 원자력협정 가서명안을 법제처에서 검토한 뒤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을 예정이다. 미국은 국무부와 에너지부 장관의 검토서한을 받은 뒤 확산 평가보고서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는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

■ 파이로프로세싱

pyroprocessing.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기술 중 액체를 활용하지 않는 건식 방법. 핵연료를 금속물질로 변환시킨 후 이를 고온에서 녹여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한다. 일반적인 습식 재처리방법과 달리 핵무기 연료인 플루토늄을 단독으로 분리할 수 없어 핵비확산성이 보장되지만 현재 개발 단계로 검증되지 않았다.

■ 조사후시?照射後試驗)

중성자를 우라늄 원자에 충돌시켜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을 조사(照射)라고 한다. 주로 핵연료가 중성자에 조사된 후 성질이나 모양 등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핵연료 손상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에서부터 폐기물 저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 신형 핵연료 개발을 위한 시험 등이 포함된다.

전예진/김태훈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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