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RI 경영노트] 쿠루토가 샤프의 즐거움…작은 디테일, 고객은 크게 본다

입력 2015-04-24 07:01  

기업 환경에서도 디테일(detail)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 간 경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 스펙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향 평준화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품이나 서비스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로 진화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웬만한 기능·품질 개선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렇게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숙 단계에 도달하면 기업들의 경쟁력은 위기에 봉착한다. 이 시점에서 기업들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오직 ‘고객’ 관점에서 인정할 만한 디테일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디테일이란 흔히 ‘세밀한 것’ ‘작고 덜 중요한 것’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것이 의외의 파급력을 가져오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 ‘이 정도면 충분해’라고 생각한 속성인데, 고객의 부주의로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사소한 일 하나로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고객의 입장’을 감안해 내가 소비자가 돼서 직접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시장 데이터나 분석 보고서에는 나타나지 않는 디테일을 챙길 수 있다.

실제 애플은 자사 기기로 사용자가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볼 때, 이어폰을 연결할 경우와 외부 스피커를 연결할 경우 각각 이전에 설정했던 볼륨값을 기억하도록 했다. 애플 기기 이용자들은 매번 새로 볼륨을 설정하는 불편이 없어졌다. 가끔 이어폰이나 스피커로 바꿔 들을 때 갑자기 확 커지는 소리 때문에 사용자가 깜짝 놀란 경우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사소한 디테일까지 챙기기로 유명한 애플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팬을 확보하면서 혁신 이미지를 확립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미 익숙해져서 불편으로조차 느끼지 않았던 것을 발견해 해소할 경우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미국 주방용품 브랜드 ‘옥소(OXO)’는 컵 앞면을 비스듬히 만들고 여기에 숫자를 써서 사용자가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쉽게 계량할 수 있는 컵을 만들었다. 보통 계량컵은 숫자가 옆면에 적혀 있기 때문에 몸을 숙이고 불편한 자세로 확인하는 것이 익숙한 일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익숙하게 여기는 것조차 문제점으로 포착한 옥소는 누구나 사용하기 쉽고 편리한 주방제품을 개발해 미국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본래 기능을 넘어 소소한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디테일 역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체감가치를 높여준다. 일본의 ‘미쓰비시 연필’은 샤프로 글씨를 쓸 때 획이 점점 굵어지거나 가루가 날리는 ‘편마모’ 현상을 발견했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톱니바퀴, 일명 ‘쿠루토가 엔진’을 개발했다. 한 획에 9도씩 40획을 쓰면 샤프심이 한 바퀴 회전해 샤프심이 뾰족하게 유지된다. 샤프 하단에 톱니바퀴가 보이도록 겉표면을 투명하게 처리해 글씨를 쓰는 동안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이 쿠루토가 샤프는 2008년 3월 출시 이후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다양한 후속작들은 일본을 넘어 한국 학생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만병통치약이란 없듯 디테일에 신경 쓴다는 의미는 모든 영역이 아닌 일부 영역에서 디테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모든 것에 완벽을 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바라보고 있는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체감할 수 있는 디테일 영역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디테일이 하나하나 축적된다면 결국 혁신으로 이어진다. 기업들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다.

유미연 < 선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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