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령화 쇼크', 일본 신용등급 강등의 교훈

입력 2015-05-18 20:31  

"노인복지 연 8천억엔씩 자동 증가
GDP대비 226% 나랏빚 더욱 불어
재정개혁 의지 보여주는 게 급선무"

이지평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plee@lgeri.com >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최근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을 ‘A+’에서 한 단계 낮춰 위에서 여섯 번째인 ‘A’로 변경했다. 한국에 비해 2단계나 낮은 수준이다. 작년 12월에는 무디스가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1990년대만 해도 최고 등급을 받았던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인구고령화에 따른 재정적자 팽창 문제의 심각성 때문이다.

이번 신용등급 하락에도 불구하고 엔화 환율이나 일본 국채금리에는 큰 변동이 없다. 일본의 재정수입은 단기적으로는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세로 인해 확대되고 있는 데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양적 완화에 주력하고 있어서다. 일본 국채에 투자하고 있는 일본의 기관투자가들도 일본 국채를 대량 매도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본의 예금자들이 저금리와 물가상승세 반전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자금을 도피시키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물론, 일본은행이 양적 완화 정책을 영원히 이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물가가 서서히 오를 경우 어느 시점에서는 양적 완화의 출구전략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때 일본 재정에 대한 신뢰성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일본 금리가 급등해 국제금융시장에도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일본정부가 재정개혁에 대한 의지를 어느 정도 보일 것인지에 달려 있다. 이번 경우를 보면, 작년 말에 아베 내각이 여야 합의로 결정된 올 4월의 소비세율 인상을 2017년 4월로 연기한 데다, 2015년도 예산에서도 소비세 증세분에 해당하는 재원확대 방안을 포함하지 않아 일본정부의 재정개혁에 대한 의지가 의심받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내려갔다고 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의 재정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재 8%인 소비세율을 15%로 끌어올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채무 잔액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26%에 달해 OECD 34개국 중 가장 높기 때문에 OECD 평균 소비세율 19%의 절반 이하에 불과한 일본의 소비세율을 크게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규모 증세와 함께 연금, 의료 등의 사회보장 지출을 줄이지 못하면 일본은 재정불안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일본의 사회보장 지출은 연간 8000억엔씩 자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으로 인해 사회보장 시스템을 지속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란 사실은 알고 있다. 일본 정치권은 국민에게 선택 가능한 증세와 사회보장 정책의 선택지를 설명하면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인구고령화로 고령자의 투표 파워가 높아져 고령자에 유리한 기존 사회보장 시스템에 대한 개혁 의지가 약해지는 ‘실버민주주의’의 폐해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재무성이 일본 사회의 소비세 혐오증을 과소평가해 소득세 과세기반 확대 등 다른 증세안 개발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진했다고도 할 수 있다. 공공투자 확대나 사회보장 등의 재정지출은 경기를 부양해 세수를 확대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사회보장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고령자도 소비를 자제하면서 경제가 위축되는 악순환까지 나타났다. 일본의 소비 감소는 워낙 악명이 높은 고질적인 문제다.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 하락은 고령화에 따른 재정악화를 피하기 위해 세대 간 불평등을 줄이고 조세 부담에 대한 합의를 기초로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재정이 가진 경제 활성화 기능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이지평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plee@lger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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