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금-증권사, 10조 주식담보대출 시장 경쟁 '가열'

입력 2015-05-19 10:58   수정 2015-05-20 10:06

[ 채선희 기자 ]

국내 증권사들과 한국증권금융이 10조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시장을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증금이 낮은 금리를 앞세워 증권사 대출고객들을 유치하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은 한국증금이 본래의 업무에서 벗어난 대출 사업을 하고 있다며 한국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정식으로 이의 제기까지 한 상황이다.

본래 한국증금은 1955년 증권업계 지원을 위해 설립, 시장의 자금을 증권사에 조달해 주는 역할을 해왔다. 필수 불가결의 관계인 한국증금과 증권사들이 오히려 대출시장을 놓고 맞서는 형국이다.

◆금투협, 한국증금에 "증권사 고객 유치 영업 중지" 요청

19일 금투협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협 내 증권지원부는 최근 주식담보대출과 관련한 업무 안내사항을 증권사들에 보냈다.

업무 안내사항은 최근 한국증금이 주식담보대출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대출 고객을
유치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증권사의 이의를 접수, 한국증금에 증권사 고객 유치 영업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이의를 제기한 곳은 NH투자증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주식 담보 대출금리
와 증권금융이 취급 중인 담보 대출금리 차가 너무 커 영업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주식담보대출금리는 7~8% 수준이다. 이는 은행의 평균 신용대출금리가 4~5%대에 형성돼 있는 것과 비교해봐도 높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증금의 평균 주식담보대출금리는 3~4%대로 뚝 떨어진다.

대출금리 차이가 현격하게 벌어지는 이유는 한국증금이 국내 금융기관 중 최상위 신용등급을 받고 있어서다. 증권사들이 넘볼 수 없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

한국증금은 지난해 3월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외화 표시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Aa3'로 부여받았다. Aa3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수준이다. 한국증금은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도 'AAA'의 최우량 신용등급을 유지해오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이의를 접수받아 조사한 결과 한국증금은 이미 국내 증권사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에게 저금리인 한국증금의 담보대출로 갈아타라고 권유하는 등 증권사들의 '고객 빼앗기'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오랜 '박스권'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주식담보대출도 급증하는 추세다. 금투협에 따르면 예탁증권담보융자는 올해 들어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해말 9조2536억원이었던 규모는 4개월여만에 1조원 이상 불어나 현재(5월 14일 기준) 10조4191억원에 달한다.

금투협 측은 "주식담보대출 규모는 주식 시장 호조와 연계, 지속적인 증가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며 "지난 3월26일 이후로는 10조원 이상 규모를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증금"고객 찾아가 영업하고 있지 않아"…증권사는 불만 고조

10조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시장을 놓고 논란이 일자 한국증금 측은 "오해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고객을 직접 찾아가 영업하는 아웃바운드(외부 고객 유치) 영업을 전혀 하고 있지 않으며 증권사 고객을 뺏으려고 시도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전히 주식담보대출 업무와 관련해 찾아 오는 고객은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증금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식담보대출을 처음 시작한 곳은 한국증금"이라며 "증권사의 '먹거리' 창출을 독려하기 위해 영업을 접은 것이기 때문에 기존 고객이나 기존 고객의 소개로 찾아오는 신규 고객들에게는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증금은 지난 1969년부터 주식담보대출을 취급했다. 이후 1983년 주식시장 호황기와 함께 증권사들의 업무 연관성과 수익 창출을 위해 주식담보대출 상품의 판매가 허용됐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기존 사업의 수익이 신통치 않은 가운데 증시 호황으로 주식담보대출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다보니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증금의 해명에도 NH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의 불만은 점점 쌓이고 있다.

국내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한국증금이 수익창출, 경영성과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증금이 증권사를 진정 지원하겠다면 신규로라도 대출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출자한 한국증금이 증권사와 경쟁하려 하고 있다"며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현재(지난해 12월말기준) 한국증권금융은 한국거래소가 1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7.8%, 5.2%, NH투자증권이 6.1%를 보유해 주요 주주로 있다. 회원사로는 NH투자증권을 비롯해 KDB대우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삼성증권·현대증권 등이 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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