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세계 1등' 한국 면세점

입력 2015-06-04 21:05   수정 2015-06-05 05:37

中·日 달려가는데 규제정책만15억 시장 상대할 큰 그림 필요논설위원


최근 마감된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 신청에는 21개 기업이 몰렸다. 15년 만에 허용되는 신규 특허인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대기업 두 곳을 뽑는 일반경쟁 부문에는 7개 기업이, 중소·중견기업 제한입찰에는 14개 업체가 참가했다. 특히 대기업 면세점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참여 업체들은 평가에서 15%를 차지하는 ‘기업이익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 사회적 공헌 계획을 발표하는 홍보전까지 벌이고 있다.

中·日 달려가는데 규제정책만

아주 정상적인 것 같은 이 모든 것이 코미디로 보이는 건 왜일까. 외국인 관광객, 특히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를 상대로 하는 면세점을 다루는 시각이 지나치리만치 국내적이기 때문이다. 면세점은 한국이 세계 1등을 달리고 있는 분야다. 지난해 매출이 8조3000억원이나 된다. 기업이라면 당연히 1등 자리를 지키기 위한 수성전략과 경쟁자들을 따돌릴 차별화전략을 짜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야 마땅하다. 규제당국인 관세청이 칼자루를 잡고 있어서 그런지 면세점을 키우기는커녕 경제민주화와 대·중소기업 상생 등의 논리에 빠져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3년에 나온 ‘면세산업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대책’은 중견·중소기업에 우선권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면세점 내 중소기업 제품 매장 비율을 25%로 늘리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산업 전체를 키우겠다는 그림은 전혀 없다.

이러는 사이 경쟁국들은 한참 달려가고 있다. 면세점 세계 3등 중국은 지난해 9월 하이난섬 산야에 세계 최대 규모 면세점인 CDF몰을 열었다. 총면적 7만2000㎡로, 한국 최대인 롯데월드면세점의 여섯 배가 넘는다.

일본은 당초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면세점을 1만개로 늘리기로 했는데 최근 목표보다 5년 앞서 1만개를 돌파했다. 일본 정부가 면세점 규제를 풀면서 편의점 슈퍼 약국 등이 앞다퉈 면세점으로 변신하고 있어서다. 1년 사이 무려 4000개가 늘었다. 일본은 엔저에 힘입은 가격경쟁력에 더해 면세점 수를 늘림으로써 요우커들의 객단가를 최근 23만엔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요우커가 600만명 넘게 온다며 좋아하고 있지만 이미 객단가가 50만원대로 떨어졌다. 요우커들 대부분(73%)은 쇼핑을 위해 방한하는데 면세점이 서울 부산 제주 정도에 산재해 있다 보니 마음대로 살 수가 없다.

한 나라가 살만해져서 국민이 해외로 여행하기 시작하면 매년 10~15%가 이웃 나라부터 들른다고 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2020년께부터는 매년 요우커 3000만~4500만명이 한국에 올 수 있다. 이런 추세를 생각하면 한·중·일 인구 15억명을 대상으로 면세점 성장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세계 1위라는 브랜드를 쌓은 만큼 특정 지역에 ‘면세점 쇼핑 천국’을 만드는 것이 방법이다.

15억 시장 상대할 큰 그림 필요

대도시가 아니라 도농지역에 6차 산업의 하나로서 면세점을 중심으로 아울렛, 위락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만들면 된다. 그래야 도심 혼잡을 피할 수 있고, 농촌지역 고용창출도 가능하고, 대기업 특혜 시비도 사라질 수 있다. 이미 황해경제자유구역, 진해경제자유구역, 새만금 등이 대형 면세점을 짓게 해달라고 울고 있다. 정부는 혹시 한국이 면세점 1등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것인가. 업자들만의 꿈으로 끝나야 하는가.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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